국책사업 빌미 일방 추진
토지주 등 거센 반발 불러
道·주민 접점 못 찾아 난항

JDC도 첨단단지 조성
투자 중복·효율성 등 문제
‘과연 경쟁력 있나’의구심

제주시 도남동에 들어설 ‘도시첨단산업단지’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이 지역 토지주를 중심으로 구성된 반대대책위원회는 최근 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첨단산업단지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토지주를 제외하고 추진하는 제주도시첨단산업단지는 무효(無效)”라고 주장했다. “만약 국토교통부와 제주도 등의 관련자들이 도남동 계획 부지를 무단으로 침입하면 물리적으로 몰아낼 것”이라며 경고(警告)하고 나섰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제주자치도도 반대대책위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적극적인 대응자세로 돌아섰다.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지정권자가 국토교통부장관이고 시행자가 LH공사인 국가정책사업이라는 것. 때문에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지난해 6월 국토부가 2차 지구 공모계획을 발표하며 시작됐다. 공모 결과 전국 1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업제안서를 제출했고, 올해 1월 정부합동투자활성화 대책회의에서 제주와 대전, 울산 등 6곳이 선정됐다. 2대1의 경쟁률을 뚫은 셈이다.

당시 정부는 제주도시첨단산업단지의 경우 대전과 같은 ‘창조경제 기반형’으로 특화(特化)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네오플 등 제주 이전 게임업체를 중심으로 게임 및 지식산업 집적(集積)단지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제주도 또한 산업단지 추진을 전제로 도남동 일원을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했다. 토지주 등 주민들의 반발도 이때부터 본격화 됐다. 이해(利害) 당사자와는 사전에 일체의 협의도 없는, 행정의 일방 독주(獨走)에 대한 반발이다. 그 이면에 ‘재산권 행사 제약’이라는 불만이 자리잡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왔는데 이제 와서 또다시 농민들의 땅을 빼앗으려는 작태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주민들의 반대 여부를 떠나 제주자치도에 묻고 싶은 게 있다. ‘국책사업’이 아니더라도 도시첨단산업단지는 꼭 필요한가? 그리고 과연 경쟁력(競爭力)은 갖추고 있는가다.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유사한 성격의 첨단산업단지가 이름만 다를 뿐, 도내에서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데 기인한다. 그 하나가 도남동에 들어설 도시첨단산업단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별도로 추진하는 제2 첨단과학기술단지다.

도남동 첨단산업단지가 16만3535㎡인데 비해 JDC의 첨단과학기술단지는 무려 5배(倍)가 넘는 85만5403㎡ 규모(사업비 1400억원)다. 유치 업종도 IT(정보기술)를 비롯 BT(생명공학기술)와 CT(문화창조콘텐츠)가 망라된다. 준공 시기 역시 2018년, 2021년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다.

이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점은 한 둘이 아니다. 우선 인근 지역(제주시 도남동과 월평동)에 유사(類似)한 성격의 산업단지가 들어섬으로써 힘이 분산(分散)될 것은 뻔하다. 유치 목표 업종 또한 겹친다. 이는 필연적으로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유치 경쟁에서 밀리는 곳은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매우 크다.

도와 JDC는 기업 유치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 예컨대 제주도가 “신(新)성장 동력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시설”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던 ‘제주벤처마루’의 경우를 보자. 193억원이란 거액을 투입했으나 5년여가 흐른 지금 ‘무늬만 벤처지구’로 전락(轉落)했다. 현재 벤처마루 입주업체 26개 중 벤처기업은 고작 4개에 불과한 것이 참담한 현실이다.

제주도시첨단산업단지의 경우 국책(國策)사업이라고 앞뒤 가리지 않은 채 덥썩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효율성이나 중복투자 등 제반 문제점을 충분하게 고려해 봤는지, 사업이 잘못 되면 ‘아니면 말고’식으로 떠넘기기 행태를 되풀이할 것인지 등 제주도에 묻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도시첨단산업단지가 반드시 필요하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제주자치도가 확신(確信)한다면 말만이 아니라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도민 및 해당지역 주민들 설득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 떠밀림 당하거나 ‘실적 쌓기’ 사업이라면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옳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 역시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血稅)’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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