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營利병원 제주에 도입
中 자본 ‘녹지국제병원’ 승인
핼스케어타운서 2017년 개원

의료 公共性 포기 반발 잇따라
도민들 ‘기대’보다 ‘우려’ 커
허가권 가진  道 최종 결정 주목

정부가 지난 18일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이른바 영리(營利)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을 승인했다. 올해 6월 제주자치도가 승인을 요청한지 6개월 만이다. 국내 제1호 투자병원이 될 녹지국제병원은 중국의 녹지(綠地)그룹이 한국에 설립한 법인(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에 속해 있다.

녹지그룹은 상하이시가 지분 50%를 소유한 중국 국영(國營) 부동산 개발 회사. 지난해 매출액만 4021억 위안(약 71조원)이다. 현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1조원 규모의 헬스케어타운사업 협약을 체결해 서귀포시 토평동에 의료휴양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결과 개별법인요건 및 투자의 실현가능성 등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고 있고, 내국인 또는 국내 법인을 통한 우회(迂廻)투자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판단해 승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업계획서에 의하면 녹지국제병원은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2만8163㎡ 부지에 778억원을 들여 지상 3층 지하 1층(47병상) 규모로 건립된다.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에 의사(9명)와 간호사(28명) 등 134명의 인력을 갖춰 제주도의 공식 허가가 이뤄지면 2017년 3월 개원(開院)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및 제주도 관계자는 “내국인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병상규모나 지리적 요인 등을 감안할 때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 밝히고 있다. 반대 여론을 의식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이지만 ‘후폭풍(後暴風)’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투자개방형 병원을 둘러싼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02년 김대중(DJ)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을 만들고 여기에 외국자본을 쉽게 들여오려고 했을 때부터 보수와 진보세력 간 첨예하게 대립한 이슈 중 하나였다. 명칭마저 투자병원과 영리병원으로 나눠 사용할 정도다.

찬성하는 측은 △의료기관 운영의 효율화 추구 △경쟁에 따른 서비스 질 향상 △보건의료기관 고용창출 △장기체류 의료관광객을 통한 고부가가치 관광수익 등을 내세운다.

반면에 반대 의견은 △의료의 공공성(公共性) 포기와 돈벌이 수단 전락 △우회투자를 통한 국내자본 및 외국자본의 결탁과 불·편법 △영리병원 확대에 따른 의료비 폭등과 의료 양극화 등으로 요약된다.

복지부가 승인을 발표한 18일만 하더라도 반발이 잇따랐다. “의료의 공공성을 포기하는 결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건강보험 테두리 안에 묶여 있는 일반병원과 수익을 밖으로 빼갈 수 있는 투자병원을 경쟁하게 만든 건 형평성 차원에서 옳지 않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반대 강도는 제주지역이 더 거셌다. 의료민영화 저지 및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보건복지부가 국내 의료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영리병원을 승인한 것은 결국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쟁점이었던 우회투자 논란 역시 해소되지 않았고, 제주를 ‘영리병원의 특별한 실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 강조했다. 특히 원희룡 지사를 향해선 “중국자본의 하수인(下手人)으로 전락했다”는 막말까지 쏟아냈다.

제주에 들어설 투자개방형 녹지국제병원은 종합병원이 아닌 중소병원에 해당한다. 내국인도 이용이 가능하나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성형이나 내과진료를 받으러 갈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력과 시설 등은 국내 의료법에 맞게 갖춰야 하며, 다만 진료비는 병원 자율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제주도는 의료관광과 관광산업 활성화, 그리고 일자리 창출에 큰 몫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인력 수급이 134명에 그치는 등 당초 기대했던 파급(波及) 효과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현재 투자(영리)병원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각은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그 기저엔 조그맣게 뚫린 구멍 하나가 전체 둑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 깔려 있다. 제주를 시발점(始發點)으로 영리병원이 계속 확대된다면 언젠가는 ‘건강보험의 공적 의료체계 토대’를 완전히 붕괴(崩壞)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못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홀랑 태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영리병원의 허가권(許可權)을 쥐고 있는 제주도의 최종 결정을 도민들과 전 국민이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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