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속 한마당’을 가다
윷놀이·연 날리기 등 행사
할아버지 손 잡고 굴렁쇠도
아이 웃음에 부모도 ‘활짝’

▲ 지난 8~9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은 ‘설 민속 한마당’을 열었다. 사진은 9일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대형 윷을 던지는 모습. 백윤주 수습기자

“하늘을 날아가는 연이 마치 한 마리의 새 같아요.”

지난 9일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하늘 위로 형형색색의 연들이 꼬리를 흔들며 날아올랐다. 남양주에서 온 열두 살 석연이(경기도 남양주)는 행여나 연이 떨어질까 작은 손에 든 연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아이들은 고개가 젖혀 지는 줄도 모르고 날아가는 연을 바라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8일부터 이틀 동안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설민속한마당’이 열렸다. 설민속한마당에서는 윷놀이·연날리기·굴렁쇠 굴리기·투호놀이 등 민속놀이를 즐기는 설 전통 놀이마당부터 가족이 함께하는 민속놀이 경연대회, 꿩사골 떡국 나누기 행사 등이 진행됐다.

앞마당 가운데 자리한 굴렁쇠 체험장에서는 아이들이 굴렁쇠를 굴리느라 바쁘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놀러 왔다는 아홉 살 현태는 오늘 굴렁쇠를 처음 봤다. 손을 벗어나 자꾸만 도망가는 굴렁쇠가 현태(제주시 이도동)는 밉다. 서툰 솜씨를 보고 할아버지는 차근차근 설명한다. “굴렁쇠 앞부분 구멍에 채를 끼우고, 옳지. 채를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달려 봐” 힘껏 달려 보지만 이내 굴렁쇠가 쓰러진다. ‘삐친’ 현태는 두 팔을 벌린 할아버지 품으로 굴렁쇠처럼 달려 들어간다.

한쪽 구석에서는 팽이치기가 한창이다. 영재의 팽이가 다른 친구들의 팽이를 모두 물리쳤다. 승리의 비결은 팽이채로 힘껏 팽이를 때렸을 뿐이다. 올해 2학년이 된 영재는 교과서에서만 본 팽이치기가 이렇게 재밌고 신 나는 놀이인지 몰랐다. “옛날 놀이는 너무 오래돼서 그냥 없어진 거 같아요. 진짜 재밌는데.” 영재의 얼굴에도, 영재를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평소에 자주 접할 수 없었던 우리의 전통문화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모처럼 모인 가족 간에 서로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물관은 잊혀 가는 민속놀이를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기고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전통 설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10년째 명절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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