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년 前 통신사 ‘相反된 보고’
국론분열 대비 못해 큰 禍 불러
이듬해 ‘임진왜란’ 나라 초토화

‘개성공단’ 폐쇄 놓고 찬반 팽팽
朴 대통령 ‘대국민 메시지’ 주목
‘역사 판단’에 맡겨선 안 될 현실

조선 통신사(通信使) 황윤길과 김성일이 일본에 도착한 것은 1590년 4월이었다. 이들을 파견한 목적은 일본의 내부 상황을 탐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일본의 실권(實權)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잡고 있었다. 그는 일본의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천하를 통일시킨 야욕가(野慾家)였다.

1591년 봄 통신사 일행이 조선으로 돌아왔다. 어전(御前)에서 황윤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안광이 빛나며 반드시 병화(兵禍)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반면에 김성일은 “신은 그러한 정세가 있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라고 아뢰었다.

그 자리를 물러난 후 좌의정인 유성룡이 김성일에게 “그대가 황윤길과 다르게 말하는데, 만약 병화가 있다면 어찌 하려고 그러는가”하고 물었다. 이에 김성일이 대답했다. “저도 어찌 왜적이 쳐들어오지 않으리라고 단정했겠습니까” 하고는 “황윤길의 말이 지나쳐 중앙과 지방의 인심이 놀라 당황할 것이므로 이를 해명했을 뿐입니다”라고 했다.

이를 놓고 역사는 당파심(黨派心)에서 달리 보고했을 것이라 유추하기도 한다. 당시 황윤길은 서인(西人)이었고 김성일은 동인(東人), 그리고 유성룡은 동인의 분파격인 남인(南人)이었다.

그러나 전란(戰亂)의 조짐은 김성일의 귀국 보고를 뒤덮을 만큼 아주 많았다. 풍신수길의 답서에 “명(明)나라에 쳐들어 갈 테니 조선이 앞장서라”는 구절이 있었다. 또 임란 1년 전 조선에 온 일본의 회례사(回禮使)도 침략을 공언한 바 있다. 다만 선조를 비롯한 조정에는 전쟁을 생각하기 싫어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다 막상 전쟁이 발생하자 자신들은 전혀 몰랐다는 듯 김성일을 희생양 삼아 빠져나가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아무튼 1592년 조선을 대혼란에 빠뜨리는 임진왜란(壬辰倭亂)이 일어난다. 이후 7년 동안 계속된 전쟁으로 온 나라가 수탈당하고 수많은 백성들이 큰 고통을 받았다. 조선 개국 200년만에 들이닥친 최대 위기였다. 한때 ‘역적’으로 몰렸던 김성일은 임란이 발생하자 의병을 모집해 왜군과 치열하게 싸우다 순국(殉國)해 그 ‘이름’을 지켰다.

지난 10일의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을 놓고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여당은 “북한 도발의 악순환(惡循環)을 끊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찬성한 반면, 야당은 “냉전(冷戰)시대로의 회귀”라고 반대하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개성공단은 지난 2000년 남북 교류 협력과 평화의 상징으로 조성됐지만 북한은 계속해서 개성공단을 정치적 볼모로 삼아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위협해 왔다”며 “북한이 핵(核)개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다면 고립을 자초하는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의 상징이며 현재로서는 남북 간에 남아있는 마지막 연결고리”라며 “전면 가동 중단은 남북관계에 대결만 존재하고 교류와 협력은 존재하지 않는 냉전시대로의 회귀(回歸)”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도 “개성공단 폐쇄는 ‘자해적 화풀이’이자 ‘감정적 결기 과시’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현재의 분위기를 보면 민심(民心)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등 북측이 노린 남남(南南)갈등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본 듯 하다. 이는 중앙일보가 최근 벌인 ‘긴급 현안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투영됐다.

이 조사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한 여론은 찬성 55%와 반대 42%로 찬성이 다소 우세했지만 팽팽했다. 또 ‘국내 사드배치’와 관련해선 찬성이 68%로 반대 27%보다 월등히 높았고, 87%가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개성공단을 둘러싼 상반(相反)된 시각은 지난 2013년 4월의 개성공단 폐쇄 위기 때에도 외국 언론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개성공단은 살인정권의 버팀목”이라며 영원한 폐쇄를 주장했고, 반면에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개성공단은 ‘두개의 한국’이 만든 협력의 상징”이라고 옹호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 형식으로 개성공단과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국민적 갈등을 해소하고 내부단합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개성공단 문제는 ‘역사의 판단’에만 맡겨서는 안 될 현실적인 과제다. 작금의 사태를 지켜보며 420여 년 전 ‘조선통신사의 귀국보고’가 문득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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