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할 곳 확실하게 보존하고,
      개발할 곳은 과감히 규제 철폐”
원희룡 지사, 새 가이드라인 제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소신 피력
“원도심 활성화 위해 高度 완화”
개발 관련 ‘道政철학’ 정립 공유를

최근 들어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보존 및 개발’ 관련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발걸음은 토요일인 27일까지 이어졌다.

의미심장한 발언은 24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건설·도시분야 공무원 합동 워크숍’에서 나왔다. 이날 원 지사는 “보존할 곳은 확실하게 보존(保存)하고, 개발할 곳은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부동산 붐을 타고 업자들이나 개발수요를 가진 도민들이 법과 제도의 허점을 타고 들어와 난(亂)개발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제주의 중산간과 해안, 한라산은 최후의 보루로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원 지사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등을 언급하며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부분에 대해선 목숨을 걸고 지켜야 제주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주 자연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 최고로, 100조원을 들여서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개발할 곳은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개발해야 한다는 소신(所信)을 피력했다. “현재 원도심을 재생(再生)하고 있는데, 공항 옆 용담동부터 사라봉까지 지금처럼 묶어두면 언제 투자해 개발되느냐”는 것. “도청 간부들은 형평성 문제와 민원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데 (고도를) 30m로 규제한 상태에서 투자할 사람은 없다”며 고도완화 방침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원희룡 지사는 홍콩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홍콩은 조그만 땅에 인구 700만명이나 살고 있는데 건축 높이 규제가 없고 용적률 규제도 없다”며 “공공에 대한 부담 및 경관 부담 등 개발자들이 제안하면 행정에서 심사해 조화되면 건축허가를 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문통 앞에 20층이나 30층 건물이 들어서면 안 되느냐’는 발언은 그 연장선상이다. 한라산을 가리거나 교통 및 상하수도 등의 문제가 없고, 제주사회와 공존할 수 있다면 규제를 대폭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원 지사의 행보는 27일에도 계속됐다. 제주시 관덕정에서 탐라문화광장 등에 이르는 ‘원(原)도심 성굽길 답사’에 나선 그는 개발과 보존의 기로에 선 시민회관과 지역 활성화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원 지사는 “시민회관이 개발도 보존도 아닌 어중간한 입장에 서면 옛 건물에 대한 갈등이 조정될 수는 있어도 아무 효과가 없다”며 “원도심 재생사업으로 상권(商圈) 활성화를 이뤄내 인구가 이쪽으로 유입되게 해야지, 죽어있는 바깥을 돈 들여 보존한다고 해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제주시민회관의 경우 ‘재개발을 하려 해도 주민들이 동의를 안 해준다’고 밝혀, 동의가 이뤄지면 인근 지역을 재개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평소 원희룡 지사는 동~서 방향으로 수평 확산되는 도시개발 대신, 기존 시가지의 인구 집적(集積)을 높이는 개발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원도심권 활성화’ 방안이다. 이번 공무원 워크숍 및 원도심 답사에서 고도완화 문제를 집중 제기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라산 중산간 등 보존할 곳은 철저하게 보존하고, 개발할 곳은 과감하게 규제를 풀겠다는 원 지사의 구상엔 필자도 동의한다. 하지만 이 같은 ‘보존 및 개발론’이 단지 ‘도지사만의 생각’이라면 성공 여부는 가늠키 어렵다.

도지사는 앞장 서 나가는데 도청 국장과 간부들이 형평성 문제와 민원을 우려 고도완화 등을 주저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이 뻔하다. 따라서 보존·개발과 관련한 ‘도정(道政)의 철학’부터 정립하고 이를 공유(共有)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토록 강조해왔던 ‘중산간 개발 가이드라인’만 하더라도 그렇다. 원 지사가 “중산간 난개발은 목숨을 걸고 막을 것”이라고 공언한 이틀 후인 26일, 제주도경관위원회는 JCC(주)가 신청한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조건부 의결했다.

이 사업은 면적의 경우 홍콩 란딩과 싱가포르 겐팅이 제주신화역사공원에 공동 개발하고 있는 ‘리조트월드 제주’(264만7000㎡)보다 규모가 더 크고, 투자금액 또한 3배 가까운 6조2800억원에 이른다. 더욱이 사업 대상지도 한라산국립공원 바로 밑인 해발 350~580m에 위치한 중산간지역이다.

때문에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은 원희룡 지사가 천명한 ‘보존·개발론’의 진정성을 가늠할 척도(尺度)이자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향후 이 사업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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