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이한구 위원장 등
호랑이 위세 빌린 여우 득실
‘非朴 내치기 공천’ 국민 실망

‘배신의 정치’ 유승민 정조준
朴 대통령·새누리 惡手 될 듯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깨닫길

최근 주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욕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대통령의 정책이나 실정을 탓해서가 아니다. 이른바 ‘친박(親朴) 세력’의 일탈 행위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윤상현 국회의원과 이한구 새누리당 20대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의 ‘호가호위’가 자리잡고 있다.

‘호가호위(狐假虎威)’는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리는 것을 뜻한다. 즉, 남의 권세를 빌려 허세를 부리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중국 전한 시대의 유향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에 나오는 이야기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호가호위’의 대명사로 꼽힌다. 그는 한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였고, 지금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동생의 사위다. 또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른다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로 자천 타천 ‘실세(實勢) 중의 실세’다. 양지(陽地)만 쫓아다닌 전형적인 인물이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그런 윤상현이 대형 사고를 쳤다. 자신이 소속된 당(黨) 대표를 겨냥한 ‘막말 욕설 파문’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8일 공개된 녹취록에서 윤 의원은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XX. 다 죽여. 그래서 전화했어”라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금도(襟度)를 훨씬 넘어선 윤 의원의 발언에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과 함께 격랑에 휩싸였다.

파문이 확산되자 윤 의원은 술이 취한 상태에서의 실언(失言)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회 동료인 임수경 의원의 취중 발언에 대해 ‘취중진담(醉中眞談)’이라고 야유한 것이 드러나면서 이마저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동’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그의 말 속에서 과거의 ‘음습한 정치공작’이 연상되며 국민들의 마음에 각인되고, 총선(總選) 판도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만큼 요동치고 있는 탓이다. 이로 인해 윤상현 의원은 ‘사면초가(四面楚歌)’로 몰렸다. 그동안 안하무인격인 그의 행태가 지금은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에게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현 정치권의 기류를 보면 막말 발설 초기 다소 온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친박계는 물론 청와대의 입장도 용퇴론(勇退論) 쪽으로 기울고 있는 모양새다. 이유를 막론하고 윤 의원이 물러나지 않으면 ‘이번 총선에서 모두 몰살 당한다’는 위기감이 새누리당에 팽배하다. 이는 향후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까지 발목을 잡을 걸림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여권 전체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호가호위’는 윤상현 의원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새누리당의 ‘공천(公薦) 칼자루’를 쥔 이한구 위원장의 ‘호가호위’도 결코 이에 못지 않다. 그는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대신, 공천관리위원장이란 자리를 꿰차 그 ‘권력’을 한껏 즐기고 있다. 당 대표도 지금 그의 안중엔 없다. 최고위원회에 출석해 공천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도 앞으론 자신을 부르지 말라고 위세(威勢)를 부렸다.

친박 세력과 대통령을 등에 업어서인지, 입으로는 ‘개혁 공천’을 운운하지만 그의 목표는 오로지 ‘비박(非朴) 청산’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원들이 직접 뽑은 당 대표의 공천마저 각종 핑계를 대며 뜸을 들이다 지난 13일에야 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것도 ‘경선(競選)’이란 딱지를 붙였다. 최경환 등 다수의 친박을 단수로 공천한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아직도 그의 ‘최종 목표’는 남아 있다. 바로 박 대통령과 친박 세력들의 눈엣가시인 ‘유승민 의원 제거’다. 이런 분위기는 14일에도 포착됐다.

이날 이한구 공천위원장은 “당 정체성(正體性)과 관련해서 심하게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을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다분히 ‘배신(背信)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을 정조준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엄연한 집권여당이다. 그러나 작금의 행태를 보면 계파의 지분확보와 상대편 내치기 등 감정적 싸움에만 연연할 뿐, 나라의 미래와 국민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추호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야말로 자승자박(自繩自縛) 그 자체다.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오히려 패거리를 일삼는 정치꾼보다 냉정한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 ‘유승민 제거’는 윤상현의 ‘막말 파동’보다 더 큰 폭발력(爆發力)을 갖고 있음을 친박계는 유념해야 한다. 최근의 수도권 여론조사에서 ‘여당 심판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이를 방증하고도 남는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십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넘어 붉은 꽃도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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