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주도한 總選 후보 공천
“악랄한 ‘사천’이자 정치 숙청”
朴 대통령 겨냥 날선 비판도

새누리 私黨化 … 복당 안해
‘호가호위’행태 아직도 계속
‘4·13’ 선거혁명 기폭제 되길

또다시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서 ‘배신(背信)의 정치’가 나올 판이다. 이번엔 새누리당 출신 정의화 국회의장이 그 대상으로 떠오른다. 정 의장은 최근 ‘친정’인 새누리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13총선’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다.

정의화 의장은 친박(親朴)계가 주도한 공천을 “악랄한 사천이며, 비민주적인 정치숙청(政治肅淸)에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천이란 이름으로 정당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 법치국가의 기본 원칙을 뭉개버린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의 표현엔 거침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사천(私薦)’을 하니 비분강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모두 날려버리는 조선시대의 ‘사화(士禍)’와도 같은 꼴”이라고 주장했다. 공천을 주도한 이한구 위원장을 향해선 “공천관리위원장은 인격이 훌륭하고 중립적인 사람이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평가절하 했다.

정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날선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 온 국정 목표인 ‘비정상의 정상화’를 언급하며 “대통령이 좋은 말을 했는데, 오히려 점점 비정상(非正常)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당적을 갖지 못하는 국회의장의 경우 임기가 종료되면 소속 정당 당적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이마저 거부했다. “이미 사당화(私黨化)한 새누리당으로 돌아갈 생각이 사라졌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 그러면서 “괜찮은 사람들끼리 모여 정치 결사체(結社體)를 만들어볼 것”이란 말도 했다. 국회의장 퇴임 후 ‘정계 은퇴’라는 전임자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셈이다.

그동안 정의화 의장은 ‘합리적 보수’를 대변하는 발언과 행동을 해왔다. 비록 임기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번 발언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란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현역 국회의장이 대통령과 집권당에 대해 군더더기 없이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정 의장의 발언과 관련 청와대는 아직 가타부타 말이 없다. 어쩌면 지금 청와대는 ‘보지만 보지 못하고, 듣지만 듣지 못한다’는 ‘시이불견 청이불문(視而不見 聽而不聞)’ 입장에 처해 있는지도 모른다.

이 같은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세력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특히 ‘4·13총선’ 후보자 공천은, 구태로 얼룩진 이들 집단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공천을 통해 친박계는 ‘자파 결속과 확대’란 실리(實利)는 얻었다.

반면에 가장 소중한 정치자산인 대의명분(大義名分)과 관련해선 앞으로 할 말이 없게 됐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과 원칙’도 송두리째 무너졌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은 ‘호가호위(狐假虎威)’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대리인이 이한구에서 원유철로 바뀌었을 뿐이다. 신박(新朴)으로 분류되는 원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갈등이 봉합된 이후도 김무성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등 대통령과 친박계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복당 생각이 없다’는 정의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진 27일, 원유철 원내대표는 탈당 인사들에 대한 ‘복당 불가(不可)’ 방침을 밝혔다. 물론 정 의장이 아니라 유승민·이재오 의원 등을 겨냥한 것이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날 ‘복당(復黨)’과 관련된 상반된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대체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살아남은 사람이 강하다’고 한다. 이번 총선(總選) 결과 향후의 정치지형은 얼마든지 바뀔 수가 있다.

새누리당은 명색이 집권여당이다. 계파의 이익만을 앞세워 ‘복당’ 등을 운운할 게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제발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정치를 펼쳐 나가기를 바란다. 품위는커녕 조금도 정제되지 않은 말들은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이 한번 뱉어낸 말은 다시 주워 담기도 어렵다.

대의를 위해 정치를 할 것인지, ‘비루한 간신(奸臣)’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인지는 각자가 알아서 판단할 몫이다. 단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제 백성들은 결코 우매하거나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불과 15일 앞으로 다가온 4·13총선이 ‘진정한 국민의 힘’을 확인시키고 일깨워주는 선거혁명의 기폭제(起爆劑)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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