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성적표 평균 D학점
제 식구 감싸기는 度 넘어
‘사상 最惡의 국회’로 평가

4·13총선 제주도 치열한 접전
일부 元老 행태에 도민들 착잡
‘유권자의 냉정한 판단’과제로

제19대 국회(의원) 성적표는 ‘사상 최악’이라 불릴 만큼 아주 초라하다. 사법감시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이 최근 내놓은 ‘19대 국회 의정활동 분석’을 보면 그 부끄러운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번 평가는 본회의·상임위 출석률, 법안 발의 및 통과건수, 상임위 활동 등을 망라한 것이다.

법률소비자연맹이 발표한 19대 국회 ‘종합성적’은 100점 만점에 평균 66.13점. 대학으로 치면 F학점을 가까스로 넘긴 D학점이다. 특히 낙제점(落第點)인 50점 미만을 받은 의원도 37명에 이르렀다. 만약 학생이 이 성적을 부모에게 보였다간 ‘당장 공부를 집어치우라’는 불호령이 떨어졌을 터다. 그런데도 19대 의원 대다수가 이번 20대 총선(總選)에 출마했다.

의정활동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회의원들의 본회의 재석률은 64.4%로 나타났다. 4년간 총 31회 열린 정기·임시국회 중 50% 이상 자리를 비운 사람은 17명, 반면에 90% 이상 자리를 지킨 의원은 2명에 불과했다.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인 법안 발의 및 가결 건수는 18대보다 늘었으나 가결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이한 점은 자신이 발의(發議)한 법안에 대해 표결과정에서 반대한 건수가 165건, 기권한 건수도 442건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래 취지가 퇴색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어딘가 군색하기만 하다.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국정감사(國政監査)의 실효성 논란도 되풀이되고 있다. 일방적 문제 제기와 일단 터뜨려 놓고 보자는 감사가 매년 재연되는가 하면, 지난해 국감 때는 무려 3482명의 증인을 불렀지만 질문 하나 없이 돌려보내는 횡포도 일삼았다.

이에 반해 ‘제 식구 감싸기’는 도(度)를 한창 넘어섰다. 국회의원 징계안 39건 중 가결된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국회윤리특위는 모두 19차례 회의를 열었는데 총 회의 시간은 11시간 18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기에 투입된 국민 혈세(血稅)는 2억6979만원이었다.

제19대 국회 역시 ‘정치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출발했으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국회가 스스로 정치 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유권자인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하지만 국민 또한 감시자의 역할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

그것은 역대 총선거 투표율이 50%에 불과했다는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걸핏하면 정치권을 맹비난하면서도 국민의 절반이 주권(主權)을 포기한 셈이다.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란 말이 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프랭클린 애덤스가 남긴 명언(名言)이다. 즉, ‘선거란 최상의 후보를 고르는 작업이라기보다는 최악의 후보를 걸러내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4·13총선’을 일주일여 앞두고 제주에서도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제주시 갑 선거구의 경우 ‘세대 교체론’과 ‘큰 인물론’이 그야말로 팽팽하게 대립해 있다.

4선(選) 고지를 노리는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후보에 맞서 50대인 새누리당 양치석 후보와 국민의당 장성철 후보가 도전장을 던졌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뀌는 등 현재로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형국이다.

문제는 선거전이 ‘정책 대결이 아닌 정형적인 프레임(틀)’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치인은 프레임을 만들고, 어쩌면 우리는 그 틀 안에서 길들여져 왔는지도 모른다. 이제 이런 구도를 우리 스스로 탈피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가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대열에 전직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 등 지역의 원로(元老)급 인사들이 적극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명분(名分)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좋으련만, 자존심과 지조도 없이 선거 때마다 이 당 저 당과 이쪽저쪽을 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마음은 참으로 착잡하기 그지없다. 지난 10여년 갈등이 지속된 지역의 최대 현안인 ‘강정’을 위해 과연 이들이 한번이라도 힘을 합쳤던 일이 있었던가. ‘원로’로 대접받기 전에 먼저 ‘원로의 자격’부터 갖출 일이다.

아무튼 4·13총선은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제발 이번 선거만큼은 감정보다 이성에 충실하자. 4년 후 또 한숨을 내쉴 것이 아니라, 누가 ‘제주의 자존’을 살리고 지역과 나라를 위한 ‘선량(選良)’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결정하는 유권자가 되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선거란 최악(最惡)의 후보를 걸러내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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