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나치黨首 등극 등
‘역사를 바꾼 1票’의 위력
“투표는 총탄보다도 강하다”

‘4·13 총선’ 하루 앞으로 …
자신과 나라의 미래 걸린 선거
유권자의 힘, 투표로 보여줘야

1923년 8월 23일, 독일 취리히에서는 나치당의 당수(黨首)를 선출하는 선거가 치러졌다. 이날 당수를 거머쥔 이는 바로 아돌프 히틀러. 단 1표(票) 차의 당선이었다. 이후 히틀러는 1934년 독일 총통에 올랐고, 5000만명의 희생자를 만든 제2차 세계대전의 주범이 된다.

역사에 만약이란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히틀러가 1표 차이로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2차 대전의 참화나 유대인 대학살 등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200년간 프랑스를 지배해 온 부르봉 왕가를 무너뜨리고 유럽에 혁명 시대의 도래를 알린 루이 16세의 처형이다. 이 역시 361대360, 단 1표 차이로 결정됐다.

‘역사(歷史)를 바꾼 1표’는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대영제국이 올리버 크롬웰에게 영국을 다스리는 통치권을 부여한 것도, 영국왕 찰스 1세가 처형된 것도 결국은 1표 때문이었다. 또 미국은 단 1표 차로 독일어 대신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했고, 앤드류 존슨 미국 대통령은 1표 차이로 탄핵소추를 모면했다.

이 같은 역사적인 교훈이 전하는 메시지는 딱 한 가지다. 당신의 ‘한 표’가 세상을 뒤집고 역사를 바꿀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4·13총선’이 마침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헌법 제1장 2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국민이 현실적인 주권자(主權者)가 되는 것은 오직 선거 때다. 그러기에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용지는 이 땅의 주인이 유권자임을 명시하는 증명서이자 권리증이다.

“투표는 총탄보다 강하다”고 말한 사람은 링컨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지난 제19대 총선의 전국 투표율은 54.2%였다. 제주지역도 54.7%에 그쳤다. 유권자 2명 중 1명 가량이 선거에 불참(不參)한 것이다. 투표는 ‘유권자의 당연한 귄리이고 의무’라는 주장이 무색할 정도다.

국민적 관심 속 이달 8~9일 치러진 20대 총선 제주지역 사전투표율은 10.7%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평균 12.19%보다 1.49%포인트 낮은 것으로, 2014년 ‘6·4지방선거’ 보다도 0.36%포인트나 낮았다.

4·13총선(總選) 제주지역 투표율이 60%대에 이르기는 힘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매일이 지난달 실시한 도민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58.8%에 그쳤었다.

정책과 이슈가 없는 ‘안개정국’인 4·13총선. 제주지역도 ‘깜깜’하기는 마찬가지다.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여·야 지도부가 대거 제주에 내려와 막판 선거전을 펼친 것은 이를 반증하고도 남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1일 내도해 자당 후보들을 막후 지원했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도 같은 날 제주를 방문해 더민주 후보들과 함께 총력 집중유세에 나섰다.

이른바 정치 전문가들은 ‘호남은 야권분열, 영남은 새누리당 공천파동, 수도권은 민주화 세대의 정치에 대한 분노’라는 지역별 전선(戰線)이 생겼다고 논평한다. 따라서 이번 총선의 최대변수는 투표율, 특히 연령별 투표율과 부동층의 선택이 여야의 승패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變數)로 보고 있다.

육지부와는 달리 제주의 경우 어떤 뚜렷한 ‘전선’이 형성된 것은 아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의 ‘12년 아성’ 수성(守城)과 새누리의 ‘고지 탈환’, 국민의당이 내세운 ‘구태 청산’이 명분(名分)이라면 명분. 그 와중에 끼어 있는 것이 세대 교체와 인물 및 자질론이다. 제주 또한 지역별 투표율과 부동층(浮動層) 등의 향배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저술한 프랑스 출신 정치학자 토크빌은 ‘모든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명언을 남겼다. 유권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수준도, 대한민국의 미래도 달라진다. ‘나 하나 쯤이야’하는 생각으로는 결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이번 4·13총선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할 이유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代價)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걱정보다 더 분명한 것은, 절대 뽑혀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결코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의 말이다. 잘못된 선택으로 4년 후 또다시 한숨을 내쉴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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