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수 없던 總選’서 대참패
‘환골탈태’ 준엄한 명령 불구
책임 전가·복당 문제 싸움만

黨 및 대통령 지지율 곤두박질
‘견제와 변화’ 택한 民心 헤아려
심기일전, 보다 새롭게 거듭나야

이번 4·13총선은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오만 방자함에 국민들이 매서운 회초리를 휘두른 ‘냉엄한 심판’이었다. 새누리로 하여금 뼈를 바꾸고 태를 빼내는 아픔을 감수하며 환골탈태(換骨奪胎)하라는 ‘준엄한 명령’이기도 했다.

이 같은 국민적인 요구는 300명의 20대 국회의원을 뽑은 ‘총선(總選) 성적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새누리는 겨우 122석(비례대표 17석 포함)을 얻는데 그쳐, ‘원내 제1당’의 자리마저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그 어떤 이유나 변명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새누리당의 대참패(大慘敗)였다.

반면에 야권은 수도권에서 압승한 더민주당이 123석으로 원내 1당에 올랐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무려 38석을 건짐으로써 제3당의 지위를 확고히 굳혔다. 새누리당으로선 상상조차 하기 싫던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무려 16년 만에 형성된 것이다.

그 기저엔 할 말을 잃게 만든 ‘공천 파동’과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진박 마케팅’ 등이 자리잡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疏通)을 철저히 외면한 ‘마이웨이’식 국정운영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호가호위(狐假虎威)의 대명사인 이한구가 휘두른 칼은, ‘개혁의 칼날’이 아니라 ‘망나니의 칼’로 전락했다. 친박의 중심인물이자 ‘진박(眞朴) 감별사’를 자처한 최경환의 꼴불견 행태는 ‘여권의 심장부’인 TK는 물론 수도권의 민심마저 등을 돌리게 만든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선거가 끝나자 ‘새누리 참패 오적(五賊)=이한구·최경환·원유철·윤상현·조원진’이란 명단이 당 안팎에 나돈 이유다. 일각에선 새누리 참패 오적으로 박 대통령과 이한구 공천위원장, 김무성 대표, 최경환과 윤상현 의원을 꼽기도 한다.

새누리당의 싸움박질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은 20대 총선에서 ‘견제와 변화’를 선택했다. 오만 방자한 집권여당에게 새로운 변신(變身)을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지금도 새누리당은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다. 김무성 대표 등의 사퇴로 지도부가 무너진 가운데 전선(戰線)은 복당 문제로 옮겨 붙었다. ‘복당은 결코 없다’던 말이 채 식기도 전에, 원내 1당을 회복하기 위해 누구를 복당(復黨)시킬 것인지를 놓고 양측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친박계는 유승민 의원, 비박계에선 윤상현 의원의 복당만은 절대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며 또 원유철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서도 서로 싸우고 있다. 명색이 집권여당인 새누리의 집안 꼴을 보면 그야말로 풍비박산(風飛雹散)의 모양새다.

그 결과 새누리당 지지율은 급락세를 보였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취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14~15일 실시, 18일 발표)에 의하면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30.4%로 창당 이후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국민의당도 5.4%포인트 급상승한 23.9%로 창당 후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7.3%포인트나 하락한 27.5%를 기록해 2위로 밀려났다. 19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정당 지지도에서 더민주당에게 선두를 내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긍정평가) 또한 31.5%로 취임 후 가장 낮았다. ‘국정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 역시 62.3%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와 긍정평가의 격차는 30.8%포인트로 취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진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른바 ‘집토끼’라고 불리는 대구·경북, 60대 이상 보수층에서 큰 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의 고전인 사기(史記)를 보면 ‘와신상담(臥薪嘗膽)’이란 고사성어가 나온다. ‘장작 위에 누워 쓰디쓴 쓸개를 맛본다’는 뜻으로,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떠한 고난도 이겨내는 의지를 일컫는 말이다. 지금 새누리당엔 이런 ‘결기’조차 없다. 마치 밀려드는 거센 파도를 이기지 못해 한없이 흔들리며 표류하는 난파선(難破船)을 연상케 한다.

매서운 회초리를 맞아 제1당도 내주고 비상 국면에 처한 새누리 입장에선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뜻을 헤아리고 당분간은 자숙의 시간을 보내야 할 때다. ‘승패(勝敗)는 병가지상사’로 늘 있는 일이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선 때로 ‘오월동주(吳越同舟)’도 필요하다.

이를 깨닫기는커녕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분탕질’을 계속한다면 국민들은 내년 대선(大選)에서 또 무엇인가를 보여줄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회초리가 아니라 몽둥이세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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