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마르코스 아들-여성 하원의원, 부통령 선거개표 초접전

▲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EPA=연합뉴스]

'필리핀판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다바오시 시장이 필리핀 대통령에 사실상 당선됐다.

현지 ABS-CBN 방송은 10일 오전 4시(현지시간) 현재 74%의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야당 PDP라반의 후보 두테르테 시장이 1천483만 표를 얻어 집권 자유당(LP) 후보인 마누엘 로하스(58) 전 내무장관(889만 표)을 600만 표 가까이 앞선 것으로 비공식 집계됐다고 밝혔다.

무소속의 그레이스 포(47) 여성 상원의원은 833만 표, 제조마르 비나이(73) 부통령은 495만 표를 각각 기록했다.

선거감시단체인 '책임있는 투표 위한 교구사목회의'(PPCRV)는 현재 두테르테 시장 득표율이 38.6%로 로하스 전 장관(23.1%)보다 15%포인트가량 높은 것으로 집계했다.

두테르테 시장은 "국민의 통치 위임을 매우 겸손하게 받아들인다"며 "깨어 있는 시간은 물론 잠자고 있을 때도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앞서 포 의원은 두테르테 시장의 승리로 사실상 결론이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 패배를 인정했다.

두테르테 시장은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며 대통령 취임 6개월 내 범죄 근절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워 기성 정치와 범죄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인기를 얻었다.

마약상과 같은 강력범 즉결 처형 등 초법적인 범죄 소탕으로 다바오시를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만들어 '징벌자'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욕설과 여성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현 정부와 인권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부통령 선거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58) 상원의원과 여당 후보인 레니 로브레도(52) 하원의원이 엎치락뒤치락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오전 4시 기준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이 1293만 표, 로브레도 의원이 1294만 표로 누가 당선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가난과 범죄, 부패 등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두테르테 시장과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에 대한 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사법체계를 경시하는 두테르테 시장과 마르코스 전 대통령 계엄시절 인권유린 문제를 외면하는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이 나란히    정·부통령에 자리에 오르면 '독재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에서는 의회가 몇 주간 개표 결과 확인 절차를 거쳐 대통령과 부통령 당선인을 공식 선언한다. 

필리핀은 9일 정·부통령, 상원의원 12명, 하원의원 297명, 주지사 81명 등 총 1만8000여 명의 공직자와 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를 동시에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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