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 '궐기대회' 준비로 '긴장'

제주도 미래를 향한 '행정계층구조개편 주민투표'가 닷새 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투표의 주인공인 도민들은 차분한 반면 대안별 지지를 드러내는 일부 계층의 목소리 톤이 도를 넘는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제주도민 사이에 위기감이나 불안감을 조성할뿐더러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방을 무조건 '무시해버리는 듯한' 언사를 사용하면서 '정책 선택에 고민하는' 도민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실정이다.
주민투표 발의를 전후해 제주도는 주민투표를 의식, '제주도의 마지막기회'라는 극단적 표현을 사용했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논리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행정당국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절박한 것이 아닌가'하는 눈총을 받았다.
이어 김 영훈 제주시장은 제주시의회 시정답변을 통해 혁신안을 '짬뽕안'이라고 지칭한데 다 혁신안을 지지하는 것을 '이완용이 되는 셈'인양 막말을 했다.
또한 기초자치단체들이 '궐기대회'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주민투표를 '정책선택을 위한 투표'로 이끌어야 하는 사회 지도층들이 오히려 '도민갈등'을 부추기고는 '도민 갈등을 야기하는 세력이 누구냐고 되묻는' 코미디를 연출하는 형편이다.

주민투표법 제정 이후 처음 실시되는 행사라는 점, 정부와 정치권에서 수 십년만에 '현행 행정계층의 비효율을 줄이자'면서 메스를 대려하는 시점에서 시범적으로 치러진다는 점 등에서 이번 주민투표에 의해 제주도는 전국적인 관심대상으로 떠올랐다.
각 대안에 대한 진지한 접근, 도민들의 현명한 판단, 높은 투표율, 결과 승복 등만이 제주도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방안임은 분명하다.

▲어수선한 공직사회

도청의 모 간부는 최근 도 및 시. 군간 불협화음과 관련, "단체장 성향에 따라 공직자들의 움직임이 다른 면은 인정한다"고 전제한 후 "하지만 공직사회는 투표가 끝나면 다시 일사불란한 조직체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투표기간동안 잠시 반짝하는 잡음"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는 지적이다.
모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개인별로 혁신안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나타내면 '조직을 배신하는'이라는 엉뚱한 뭇매를 맞는 다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점진안을 지지하는 만큼 그 부하직원은 누구나 예외 없이 '충성을 바쳐야 한다'는 폭력조직만도 못한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또한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도청 공무원들은, 또는 시. 군 공무원들은'이라는 편가르기 용어도 남발되고 있다.
각 대안이 소속된 자치단체의 공직자들에게 향후 보직이나 승진 등에서 혜택 및 불이익 등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지만 공직사회는 스스로 편을 나눠 누워 침을 뱉고 있다.

▲스스로를 비하시키는 '자학성 언어들'

점진안 지지를 위해 전면에 나선 시민. 사회단체들을 향해 일부 혁신안 지지계층은 공사석이나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무조건 반대만 하는 세력'이라는 냉소를 쏟아 붓고 있다.
반대의 경우 혁신안 지지계층은 '풀뿌리 민주주의 훼손시키려는 세력,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는 의도'라는 덤터기를 쓰고 있다.
한발 더 나가 '3.15 부정선거 및 유신선거의 재판'이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도내 시민. 사회단체는 5공 이후 군사정권 시절부터 '민주회복'을 위해 힘써온 인사들이 국민의 정부시절 각 분야별 전문성을 살리는 'NGO'로 거듭난 단체들로 도내에 특정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행정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제시하면서 도민 이익실현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주민투표도 마찬가지로 이들은 각 단체의 의견을 수렴, '점진안 지지'라는 결과를 도출하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혁신안 지지층들은 '얼마 되지 않은 회원수로 목소리만 키운다'며 폄훼에 나서고 있다.
이와는 정반대로 시민. 사회단체들 역시 22일 제주도에 공개질의를 내며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말살하려는 그 어떠한 세력과도 단호히 싸워 나갈 것'이라며 혁신안을 지지하는 도민들을 마치 '타도돼야 할 이웃'인 것처럼 표현했다.

앞으로는 장점만을 제시하자.

주민투표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곳곳에서 과열 양상이 번지고 있다.
이에 도민들은 "남은 투표기간 동안 자신들이 지지하는 대안의 장점만을 제시하자"며 정책대결을 권장하고 있다.
4차례에 걸친 TV토론이 22일을 끝으로 막을 내리면서 도민들은 "정책선택을 놓고 같은 도민들끼리 서로 미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제주도의 미래를 도모하는 일에 감정을 개입시킬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양측 모두에게 자제할 것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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