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임대주택 ‘뉴스테이 사업’
名分에만 치중해 차질 불가피
“현실 외면한 전형적 탁상행정”

예래휴양단지는 實利 집착
‘유원지 특례’ 도입에 전력
‘로맨스와 불륜’사이 넘나들어

원희룡 제주도정의 최근 행보를 보면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는 두 가지의 정책이 있다. 첫 번째가 뉴스테이 사업이며, 다른 하나는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개발사업이다. 전자가 ‘명분(名分)’에 치중하고 있다면 후자는 ‘실리(實利)’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먼저 뉴스테이 사업부터 살펴보자. ‘뉴스테이(New Stay)’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을 말한다.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가 확정 발표한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의 핵심이다.

제주자치도 또한 이 사업을 ‘제주형 주거복지 종합계획(2016~2025년)’에 포함시켰다. 도는 올해부터 10년 동안 공공과 민간을 포함해 매년 1만호(戶) 이상의 주택공급(총 10만호)을 약속했다. 특히 이 기간 중에 3만호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총 3만호에 달하는 임대주택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마련키로 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1만2000호와 청소년 및 노년층을 위한 8000호는 공공에서 추진하며, 나머지 1만호는 민간기업이 시행하는 뉴스테이 주택으로 충당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뉴스테이 사업은 처음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행정과 민간기업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가 9일 내놓은 계획을 보면 택지개발지구에 일정 규모의 뉴스테이 입지를 지정하되, 녹지와 비도시 지역에는 뉴스테이 사업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아마도 난(亂)개발을 막겠다는 취지로 보이나 현실을 외면한 전형적인 ‘탁상(卓上)행정’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예컨대 택지개발지구의 경우 공급 지가가 평당(3.3㎡) 400만~500만원에 달하는데, 헐 값에 장기 임대하는 뉴스테이 사업으론 도무지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는 것. 그나마 녹지만이 사업성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뉴스테이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사업을 신청한 곳도 모두 녹지지역이었다.

이와 관련 제주도의 입장은 확고하다. 원희룡 지사는 난개발과 녹지(綠地) 잠식 등을 언급하며 “이미 개발된 곳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원(原)도심이나 읍·면의 개발지역 중심으로 뉴스테이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정책은 ‘명분’상으론 옳다. 개발로 인한 녹지 잠식 및 도시 집중화 등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뉴스테이 사업, 즉 민간에 의한 1만호 임대주택 공급은 차질을 빚을 것이 뻔해 보인다. 명분은 챙길지 모르지만 사업 채산성이 맞지 않으면 민간이 앞장 서 나설 리 만무한 탓이다.

이와는 반대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개발사업은 명분과 원칙을 도외시한 채 철저한 ‘실리’ 위주다. ‘유원지 특례’가 포함된 제주특별법 개정에 원 도지사가 적극 나선 것은 이를 방증하고도 남는다.

이에 힘입어서인지 몰라도 특별법 개정안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사위 심사와 국회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정안 통과가 확실시 된다.

물론 예래휴양단지 사업시행자인 말레이시아 버자야 측으로부터 3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니 그 불을 끌 수습책도 필요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대안이 원칙과 명분마저 내팽개친 ‘반칙’이라는 것, 그리고 예상되는 후유증 등 후폭풍(後暴風)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유원지 특례’는 유원지의 설치기준을 제주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이양했다. 이는 유원지 내 숙박시설 등의 설치를 제주자치도가 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도는 특별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관련 조례의 제·개정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제주특별법 개악 저지 범도민대책위’를 중심으로 거센 반대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들은 유원지에 특정인을 위한 분양형 숙박시설이 과연 ‘공공(公共)의 이익’에 부합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형평성’을 빌미로 도내 16개 유원지에 숙박시설을 요구할 경우 마땅히 거절할 명분이 없기에 우후죽순(雨後竹筍)식 난개발 또한 우려된다.

제주경실련도 성명을 통해 “사상 최악의 19대 국회가 임기종료를 앞두고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불법을 합법화하기 위한 개악안에 불과하다”며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했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 있다. 뚜렷한 기준과 원칙도 없이 ‘명분과 실리’를 넘나드는 원희룡 제주도정의 정책이 이를 꼭 빼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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