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게이트’ 연루 드러난
홍만표·최유정 변호사 대표적
‘現官’도 처벌해야 목소리 높아

19살 목숨 앗아간 ‘구의역 사고’
‘메피아’ 등 前職 챙기기서 비롯
제주 도정은 과연 예외인가 …

홍만표 변호사. 그는 한때 가장 잘 나가던 검사(檢事)였다. 사법연수원 동기생인 최재경, 김경수 변호사와 함께 ‘17기 트로이카’로 불린 대표적인 ‘특별수사통’이기도 했다.

그의 손을 거쳐간 굵직한 사건만 해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한보그룹 비리, 노무현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박연차 게이트 등이 있다. 검찰 내부에서 “홍만표 반만이라도 하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지난 2011년 대검 기획조정부장 시절, 검·경 수사권 최종 조정안이 나오자 그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표(辭表)를 쓰고 검찰을 떠났다. 당시 “큰일을 할 유능한 간부를 잃었다”는 탄식이 조직 내부에서 흘러 나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후 변호사의 길로 들어선 홍만표는 완전히 달라졌다. 2013년 1년 간 그가 수임료로 번 돈은 91억원으로 법조인 중 단연 1위였다. 개인변호사로 활동한 2년 6개월 동안 무려 250억원 안팎의 돈을 챙겼다고 한다. ‘전관예우(前官禮遇)’가 아니면 결코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이때부터 홍 변호사의 무리한 변론 및 과도한 수임료가 도마에 올랐다. ‘서초동 싹쓸이’란 별명도 그래서 나왔다.

꼬리가 길면 반드시 밟히는 법. 결국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것이 밝혀지며 급전직하(急轉直下)의 길로 들어선다. 특히 오피스텔 123채 등 드러난 부동산만 200억원 대에 달한다는 사실에 여론은 극도로 악화됐다.

이는 ‘친정’인 검찰의 수사로 이어졌으며 마침내 이달 2일 전격 구속돼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조직을 떠난 지 만 5년이 되기 전의 일로, 검사 시절 최고의 검객(劍客)이었던 홍만표 변호사의 속절 없는 추락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홍만표의 몰락(沒落)이 ‘전관(최유정 전 부장판사)’의 고소장 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상습도박죄로 구속 수감된 기업인(정운호)이 구치소 접견실에서 수임료 문제로 자신의 변호사(최유정)와 폭행시비를 벌였다가 피소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 변호를 맡았던 홍만표 변호사의 이름이 처음 거론됐다. 이후 홍 변호사가 자신의 인맥을 활용 검·경 수사단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전관예우’ 논란을 증폭시켰고 사건은 일파만파 번졌다. 자칫 묻힐 뻔 했던 전관의 법조로비 실태가 전관의 고소장 접수로 백일천하(百日天下)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 또한 구속을 면치 못했다.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관에게 특혜를 베푼 ‘현관(現官)’까지 찾아내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변호사 업계는 물론 법원과 수사기관 등을 아우르는 법조계 ‘최악의 스캔들’로 기록될 전망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진경준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건도 ‘전관예우’에 해당된다. 진 검사장은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매각해 126억원의 시세차익을 얻는 ‘대박’을 터뜨렸다.

논란의 초점은 주식을 매입한 자금 출처다. 진 검사장은 문제가 된 주식을 자신의 돈으로 산 것이 아니라 넥슨이 제공한 돈으로 취득했다. 지극히 비정상적인 주식 거래가 아닐 수 없다. 넥슨 측도 “회사의 장기적 발전과 경영권 보호를 위해 우호적인 투자자를 물색했다”고 밝히고 있어 전관예우 혐의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하청 노동자 사망사건’ 역시 연고 및 전직(前職) 챙기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서울메트로의 사장·감사·이사 등 고위직은 노조·정치인·시민단체 출신 비전문가로 채워졌다. 박 시장과 인연 있는 인사들이 서울메트로의 핵심 보직을 꿰찬 대신 일반 직원들은 퇴직 후 스크린도어 관리 용역업체로 옮겨가는 ‘이중의 낙하산 구조’가 사건의 큰 원인이 됐다.

열차와 충돌해 숨진 김모 씨가 소속된 은성PSD의 직원도 40% 이상 서울메트로 출신들이었다. 이들은 다른 직원보다 2~3배 많은 월급을 챙기며 비정규직을 고사(枯死)시키는데 일조했다.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가 결국 19살 청년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제주도정의 경우는 어떤가. 그토록 부르짖던 ‘협치(協治)’가 사라진 대신 ‘돌고돌아 공직자’ 등 전관예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 너무 지나친 표현이라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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