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낙하산 인사 대거 회사 점령
공적자금 7조원도 ‘밑빠진 독’
産銀 관리감독 소흘 不實 더 키워

일개 차장이 180억 횡령 ‘흥청망청’
도덕적 해이가 총체적 비리 불러
“이런 회사, 血稅 투입 살려야 하나”

총체적 부실(不實)로 드러난 대우조선. 그동안 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국민 혈세(血稅)인 공적자금이 무려 7조원이나 투입됐다. 7조원은 우리나라 전체 국민에게 10만원씩 돌리고도 남는 돈이다. 그러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전방위 조사가 진행되면서 ‘대한민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는, ‘비리(非理) 백화점’ 그 자체다.

이 같은 비리엔 각계 각층이 가담했다. 우선 정치권은 대우조선을 보은 인사 자리쯤으로 여겼다. 현재 검찰이 정조준하고 있는 남상태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친분이 깊은 인물로 알려졌다. 또 2008년 이후 대우조선 사외이사로 선임된 인사 11명 가운데 7명이 정·관계 인사들이었다. 심지어 대통령 사진사까지 고문으로 위촉해 억대 연봉에 고급차량과 자녀학비 등을 제공했다.

현 정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선이나 해양과는 무관한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상당수 보은(報恩) 등의 이유로 내리꽂았으니 회사가 제대로 굴러갈리 없다.

대우조선해양 또한 몰염치(沒廉恥) 그 이상의 행태를 보였다. 지난 2013년~2014년 회사는 적자를 내고 있었지만 분식회계(장부 조작)를 통한 허위실적을 바탕으로 임직원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작년 상반기 3조 2000억원의 영업 손실이 났을 때도 거액의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국민의 피 같은 돈으로 목숨을 근근이 이어가면서도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데 혈안이 됐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윗물이 썩었는데 아랫물이 깨끗할 리 없다. 대우조선해양 임모 차장의 횡령사건은 우리로 하여금 분노를 넘어 허탈감에 빠지게 한다. 40대인 그는 지난 2008년부터 작년 11월까지 8년여 동안 무려 180억원의 회사돈을 빼돌렸다. 물건을 샀다며 제출한 거래 명세표는 가짜였고, 회사에 허위로 보고된 물건 대금은 임씨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유부남이었던 그는 내연녀까지 몰래 두고 횡령한 돈을 흥청망청 써댔다. 150억짜리 건물을 거침없이 사들이는가 하면 수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부산 해운대 아파트엔 5억이 넘는 현금 뭉치를 비롯 명품 시계와 가방, 최고급 외제차들이 즐비했다. 횡령한 돈으로 갑부(甲富) 부럽지 않은 초호화판 생활을 한 것이다.

하지만 한해 20억원 이상의 돈을 8년 넘게 빼돌렸으나 한 차례도 적발되지 않았다. 더욱이 임씨의 범행은 업황 악화로 회사가 기울기 시작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하되던 시기에 임씨가 빼낸 자금은 사실상 국민 세금이었다. 그런데도 회사 측은 아무런 눈치조차 못 챘다고 하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진 이면엔 썩어빠진 내부 감사 시스템과 함께 극에 달한 ‘도덕적 해이(解弛)’가 자리잡고 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자 관리 감독의 주체인 산업은행 책임 역시 막중하다 아니할 수 없다.

감사원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에만 5조원 넘는 적자를 내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관리 감독이 부실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일례로 2013년 이후 대우조선이 분식회계 적발을 위한 ‘재무상태 분석 대상’에 포함되는데도 이를 간과(看過)했다는 것이다.

특히 전 산업은행 회장 등은 대우조선이 930여억원에 달하는 성과성 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했으면서도 이를 묵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의 관리감독 소홀이 방만 운영과 부실을 더욱 키운 셈이다.

이런 와중에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지난주 85%의 찬성률로 파업(罷業) 결의안을 가결했다. 국민의 분노나 위기에 처한 업계 상황 등은 아랑곳없이 ‘끝장을 보고말자’는 의지다. 대우조선의 심각한 모럴해저드에 “이런 회사, 혈세를 투입 꼭 살려야 하나”라는 국민적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대우조선의 총체적 비리와 부실은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어디 이런 곳이 한 둘에 불과할까. 최근의 홍만표·진경준 검사장 사건이나, ‘메피아’의 득세로 19살 청년을 죽음으로 몰고 간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또한 그 연장선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대한민국 개조론(改造論)’을 주창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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