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의 성과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발생
점수로 치면 ‘평균 70점’

외형적 성과 도민 체감도 큰 차
개발지상주의가 양극화 부추겨
‘청정과 공존’ 속에 答 있어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出帆)한지 10년이 지났다. 그 성과를 놓고 긍정과 부정 평가가 교차하는 가운데 전문가 의견 및 설문조사 등에 나타난 결과는 긍정적 측면이 다소 우세한 편이다.

지난달 29일 제주도의회가 주최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0년, 성과와 과제’ 정책세미나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이날 양영철 제주대 교수(행정학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지만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별자치도’를 설계한 그룹의 일원이다.

기대 이상의 성과와 관련 양 교수는 우선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역대 최고의 경제성장을 꼽았다. 또 안정적인 1천만 관광객 시대와 국제학교의 성장, 재정능력 향상 등을 주요 성과로 들었다.

반면에 일부 국가와 대기업에 편중(偏重)된 투자 유치, 제 비용의 증가(당초 계획은 대폭적인 인건비와 경상비 절감), 주택 및 토지 고비용과 교통난, 전국 최하위 청렴도 등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라고 밝혔다.

본보가 창간 17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역시 대동소이(大同小異)하게 나타났다. 특별자치도 시행 전후를 총괄적으로 비교하는 질문에 62.6%가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변화가 없다’는 23.5%, ‘안 좋아졌다’는 11.1%였다.

지난 10년 동안 나아진 분야는 ‘지역경제 및 일자리’가 으뜸이었고, 이어 ‘정치·행정’ ‘건설·교통’ ‘문화·예술’ 등의 순이었다. 이에 반해 안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응답자의 26.7%가 ‘환경보존’을 꼽았다. 이를 종합해 도민들이 제주특별자치도 10년을 통틀어 매긴 점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70점’이었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와 관련한 이 같은 결과는 경제지표 등 외형적으로 드러난 것일 뿐, 도민들이 느끼는 체감도(體感度)와는 거리가 멀다. 특별자치도 이후 호주머니 사정이나 삶의 질이 좋아졌느냐는 물음에 대다수의 사람은 고개를 내젓는다. 당초 의도한 바의 ‘저비용 고효율’이란 취지도 퇴색한지 오래다. 도청으로 인력이 집중화되면서 행정의 서비스 질도 더 나빠졌다.

‘제왕적(帝王的) 도지사’ 등의 문제점은 여전히 그대로이며, 특히 ‘개발지상주의의 망령’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兩極化)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최근 들어 개발 바람과 함께 제주지역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단적인 예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제주의 개별공시지가는 지난해와 견줘 평균 27.77%가 올랐다. 땅값 상승은 주택가격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2011년 이후 도내 주택가격 상승률은 연평균 11.3%로 지난해엔 18.0%나 급등했다. 부동산 광풍(狂風)이 ‘미친 집값’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지금까지 2억원이면 가능했던 집이 이젠 3억원을 줘야 살 수가 있다. 먹을 것 입을 것 다 줄이며 한 푼 두 푼 모아 20년을 기다려왔는데…. 또다시 10년을 더 기다리려 해도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내 집 마련 꿈’이 점차 멀어지고 있는 서민들의 입장에선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그 상실감과 허탈감에 잠을 못 이룰 지경이다.

취득세 등 세수 확보로 지방재정 확충엔 큰 도움이 되겠지만 도민들의 세(稅)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농민들의 처지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각종 개발 바람에 인력이 건설시장으로 몰리면서 구인난에 시달림은 물론 토지 임대료마저 상승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땅값과 집값 폭등으로 제주로 몰리던 유입 인구가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소리도 벌써부터 들린다.

이와 같은 작금의 현실은 있는 이들에겐 득(得)이 될지 몰라도, 없는 사람들에겐 어려운 삶을 더욱 옥죄는 족쇄(足鎖)가 되고 있다는 것이 제주사회가 직면한 ‘불편한 진실’이다.

원희룡 도정이 내세우고 있는 제주 미래비전의 핵심은 ‘청정과 공존’으로 집약된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특별자치도 시행 10년’의 가장 큰 부작용은 환경 훼손과 양극화였다. 이를 감안하면 핵심가치인 ‘청정(淸淨)과 공존(共存)’ 속엔 이미 그 해결책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제주도는 그간의 특별자치도 문제점을 냉정하게 점검하고 판단, 고칠 것은 고치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새로운 가치에 맞게 도정(道政)을 재설계하고 실천해나가야 한다. 민선 6기 후반기에 막 접어든 원희룡 도정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