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초미의 관심사 대두
‘한반도 방어’vs‘중·러 압박용’ 팽팽
경제계 ‘무역보복’ 등 촉각 곤두

국내서도 찬반 논란 증폭
한·중 밀월관계 최악 위기
제주관광, 자칫 ‘치명타’ 우려

한·미 양국이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의 향후 조치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특히 경제계는 ‘무역 보복’ 등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내 반한(反韓) 역풍의 강도에 따라 수출 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의 관광산업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지난해 예기치 못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만 하더라도 제주관광은 큰 홍역을 치렀다. 만에 하나 중국이 사드를 빌미로 ‘관광 중단’ 조치를 내릴 경우 그 피해는 관광산업 전반에 치명타(致命打)가 될 것이 뻔하다.

이 같은 우려는 그간 중국 측이 보여 온 행태에 기인한다. 지난 2000년 6월 발생한 ‘마늘사태’는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한국이 중국산 마늘에 대해 관세율을 올리자 중국은 즉각 폴리에틸렌과 휴대폰 수입을 차단했다. 이로 인해 관련업계는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정치·외교 문제로 경제보복에 나선 전례(前例)도 있다. 2009년 필리핀과의 남중국해 영해권 분쟁 때는 과일류 검역을 강화하고 중국인 단체관광을 중단시키는 보복을 가했다. 2012년 일본과 다오위다오 영토분쟁이 일어나자 수출품 통관 강화 및 중국 내 일본 관광상품의 접수 중단 조치를 내렸다.

현재 사드 배치와 관련 중국 내 분위기는 ‘격앙’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심상치가 않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이 사드 배치 배후의 ‘진정한 의도’를 의심하는 것은 근거가 있다”며 “미국이 안보 위협을 구실로 다른 나라의 정당한 안보 이익을 위협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 대해선 ‘친구’란 용어를 써가며 여지(餘地)를 남겼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 친구들이 사드 배치가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 안정과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를 냉정하게 판단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선 국내에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미 양국 정부는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자위적 조치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10일 모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드는 오로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증대되는 위협에 대비해 나라와 국민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 취하는 불가피한 자위적(自衛的) 조치이며 단순한 요격무기 체계”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사드는 중·러 견제용(牽制用)’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의원(정의당)은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중 및 한·러 관계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며 “동북아는 군비경쟁에서 헤어나올 방법이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려면 그렇게 고고도(高高度)미사일로 방어해야 할 정도의 장거리미사일을 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사드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려는 것은 북한 핑계대고 사실은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드로 인해 한·중 밀월(蜜月)관계는 1년도 안 돼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대의 예를 표하며 공을 들인 천안문 ‘망루외교’는 미국과 중국 틈바구니에서 갈팡질팡 행보를 보임으로써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언제, 어떤 수준의 ‘보복(報復)’을 감행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그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1371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6.1%를 차지한다. 현재의 우려가 현실화되면 수출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가 있다.

‘관광 중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62만여명으로 이 가운데 85.3%인 223만여명이 중국인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6월말 현재 외국인 관광객 162만여명 중 중국인 관광객은 139만여명(86%)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자칫 관광중단 조치가 취해지면 제주관광산업의 극심한 침체는 물론 중국자본의 투자 위축 등 다방면에서 지역경제를 옥죄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그동안 관광객의 국적 다변화 등을 줄기차게 주문했으나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이 어쩐지 현실화될 것만 같은 예감에 관광업계 등 제주도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