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에서 지난 15년간 총 702명의 민간인이 경찰 총격을 받고 이 가운데 215명이 사망했으나, 경찰관이 총격을 이유로 연방 사법 당국에 기소된 사례는 단 1건도 없다고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리뷴은 '정보공개법'(FOIA)에 의거해 시카고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신문은 2013년 3월 시카고 알바니파크 지구에서 속도위반으로 교통 단속에 걸린 피자 배달원 이소 카스텔라노스(당시 26세)가 경찰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의 수사 현황을 일례로 들며 경찰 총격에 대한 연방 사법 당국의 수사가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발포한 경관 2명은 "검문을 위해 다가가자 카스텔라노스가 먼저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카스텔라노스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음이 확인되자 "제3의 인물이 총을 쐈을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유가족이 인권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연방수사국(FBI)이 개입했지만 3년 5개월이 지나도록 사실 규명은커녕 수사에 아무 진척이 없다.

연방 법무부와 FBI는 경찰의 공권력 남용 또는 경찰 위법행위 피해자들이 지자체로부터 적절한 답을 얻지 못했을 때 정의를 호소할 수 있는 최후의 법집행기관이다.

작년 11월, 10대 흑인 절도 용의자 라쿠안 맥도널드가 백인 경관으로부터 16차례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 현장 동영상이 뒤늦게 공개돼 시카고 경찰에 인종차별 및 공권력 남용, 경찰 가혹행위 은폐 관행이 만연해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시민들은 연방 당국이 경찰 조사와 처벌에 모범 답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2년, 현장 동영상이 공개돼 전국적 논란을 촉발한 지 9개월이 되도록 연방 검찰은 맥도널드에게 집중 총격을 가한 제이슨 반 다이크 경관을 어떤 혐의로도 기소하지 않았다. 또 동영상 내용과 배치되는 증언을 한 경관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반 다이크 경관은 주민 반발을 우려한 시카고 사법 당국에 의해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저명한 인권 변호사 존 러비는 "연방 사법 당국은 우리에게 무의미한 존재(irrelevancy)다. 상호작용이 안된다. 그들의 우선순위가 다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찰 총격이 빈번한 만큼 연방 당국이 이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뷴은 "연방 사법 당국이 경찰 총격에 형사처벌 내리기를 주저한다"며 "2000년부터 작년까지 15년간 시카고 경찰관 20명을 인권침해 혐의로 기소했으나 이 가운데 총격 사건 개입자는 단 1명도 없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총격 경찰을 기소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고의로 피해자의 헌법상 권리를 박탈하려 했다는 점을 입중해야 한다"며 "무능력·잘못된 훈련·판단 실수 등이 빚은 행위는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트리뷴은 피츠버그 지역언론 '트리뷴-리뷰'를 인용해 "연방 검찰은 1995년부터 2015년까지 20년간 인권 침해 혐의로 고발된 경찰관 96%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면서 연방 당국이 경찰을 상대로 제기된 고소·고발 사건 자체를 다루기 꺼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시카고 시는 카스텔라노스 유가족에게 375만 달러(약 40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트리뷴은 시카고 시가 경찰의 위법행위에 대한 소송 합의금으로 금년 들어서만 총 1860만 달러(약 206억 원)를 지출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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