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갤러리 7人 작가들의 ‘제주, 강봥왕’전 개최
잊혀져가는 제주 자연·문화·역사 보고 느낀 작품

제주로 향하는 눈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 ‘특별함’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 하지만 그 특별함은 지역성의 상실로도 이어졌다. 무분별한 개발과 옛 것을 지우고 새로운 것을 담아내면서 제주는 자연과 사람이 분리되고, 과거와 현재가 단절되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토착민보다도 외부인에게는 외국만큼이나 생소할 제주의 변화가 더 빠르게 느껴진다. 잊혀져가는 제주의 자연·문화·역사를 ‘가서(강), 보고(봥), 돌아와(왕)’ 본인들이 느낌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7인 작가들이 여는 ‘제주, 강봥왕’ 전이다. 자연을 머금은 산 속 갤러리인 이니갤러리에서 전시를 진행하는 이들은 각자가 만난 제주를 조심스레 관객에게 꺼내 보인다.

우선 김준현 작가의 ‘관덕정 광장’ 시리즈는 과거 항공측량사진, 도시계획도 등의 이미지를 이용한 드로잉 작품이다. 제주민의 역사와 일상의 중심에 있었던 관덕정 광장은 거듭된 도시계획에 의해 건물과 자동차에게 자리를 내어주면서 점점 기억의 층이 얇아졌다. 하지만 작가는 과거 사진들을 짚으며 여전히 그 광장에는 수많은 ‘기억의 발자국’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

원도심을 배경으로 한 노바디 작가의 디지털 프린트 작품 ‘Endless Circus’ 시리즈도 해당 공간에 있는 다양한 기표들이 어떤 의미를 전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 하진 작가의 설치 작품 ‘돌의 무게’는 매체를 통해 접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그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 구럼비 등을 꿈의 ‘여행지’ 제주와 상반되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외에도 첫 아이가 태어나며 시작된 제주여행에서의 기억들을 담은 박환희, 황기훈 작가 부부, 원시림의 숲 곶자왈을 사람의 손이 닿기 전 ‘본래의 자연’으로 그리는 서상봉 작가, 제주 신앙과 전설을 영상으로 표현한 신이피 작가 등 개별적이지만 하나로 이어지는 다양한 제주를 표현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다음 달 30일까지 이어진다. (문의=064-799-8901)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