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광객에 참변 성당 여신도,
이 시대 過慾이 빚어낸 희생양”
인간 존엄 중시하는 삶 회복을

쓰레기 등 환경수용능력 ‘과부하’
그럼에도 오라단지 등 밀어붙여
‘교훈’ 외면하는 제주미래 암담…

“제주도는 그동안 ‘개발의 열병(熱病)’에 걸려 무제한 투자와 무차별 개발, 대규모 관광을 유도하는 정책들을 펼쳐왔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주의 깊숙한 속살이 벗겨지고 상처 투성이다. 자연도 사람도 난도질을 당하게끔 되어 있다….”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가 작심한 듯, 제주사회의 서글픈 현실에 대해 강력 비판하고 경고했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무참히 희생당한 ‘고(故) 김성현 루시아 장례미사’의 강론을 통해서다.

강 주교는 제주의 경우 지금 자연과 사람 모두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구 60만 밖에 안 되는 이 작은 섬에, 작년 한 해만 서울시 인구 전체와 맞먹는 1200만명의 타지인이 와서 며칠씩 머물렀다는 예도 들었다.

“(모름지기) 손님을 부르려면 맞이할 공간이나 시설, 손님 접대를 할 일손과 질서를 잡을 사람도 확보하고 초대해야 할 터인데…. 이런 조건들은 하나도 생각 않고 자기 집은 단칸 방 뿐인데, 온 동네 사람 다 부르고 지나가는 길손마저 넘치게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생전 알지도 못하는 외국 사람에게 영문도 모른 채 무참하게 살해된 김성현 루시아 자매의 희생은 ‘이 시대의 과욕과 죄악’ 때문에 빚어진 결과란 지적이었다.

그러면서 강 주교는 “죄 없고 티 없는 거룩한 영혼의 소유자가 당한 이 부조리(不條理)하고 무자비한 죽음의 탓을 외국인들에게 돌리기보다는, 경제적 성장과 수익만을 분에 넘치게 추구한 우리들의 무분별한 탐욕(貪慾)에 그 책임을 돌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통렬한 일침을 가했다.

강우일 주교는 “루시아 자매의 순교(殉敎) 희생은 이 시대의 무분별한 환락의 탐닉과 질주를 멈추고, 인간의 품격과 존엄에 어울리는 절제 있는 삶을 회복하라는 경종”이라고 강조했다.

도둑과 거지, 대문이 없다는 ‘삼무(三無)의 섬 제주’는 옛말이 된 지 아주 오래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것은 바로 ‘삼난(三難)의 섬’이란 달갑지 않은 이름이다. 각종 범죄뿐만 아니라 온 섬이 쓰레기 및 하수처리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교통 혼잡도 서울에 버금갈 정도다. 무분별한 개발과 관광객 급증, 인구유입 등이 그 원인으로 환경수용 능력에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다.

제주도 주민등록 인구는 8월 말 현재 63만여명. 외국인과 관광객까지 합치면 전체 상주인구는 80만명에 달한다.

이로 인해 하루 쓰레기 발생량은 2010년 638t에서 2015년 1161t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1인당 하루 생활폐기물 발생량도 1.35㎏으로, 전국 평균 0.95㎏(2013년 기준)보다 무려 43.6%가 많은 양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다.

하지만 도내에 설치된 곳곳의 매립장은 대부분 포화상태다. 예컨대 제주시 서부매립장의 경우 사용기간이 2024년까지이나 내년 2월 포화(飽和)를 예고하고 있다. 서귀포시 색달매립장도 사용기간이 2034년이지만 2019년 10월로 15년이나 앞당겨졌다. 소각보다 매립물량이 점차 늘어나는 것도 큰 문제다.

하수(下水)처리 또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연중 200일 넘게 기준치 이상의 하수를 바다로 방류(放流)해 왔다는 사실은 행정의 단순 실수보다는 중대한 범법행위”라며 원희룡 지사 등을 대상으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교통문제 역시 ‘대란(大亂)’ 수준이다. 신제주와 공항 입구를 연결하는 도령로의 경우 지금도 평균 통행속도가 서울 도심보다 느린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대규모의 ‘드림타워’까지 들어서게 되면 연동 및 노형동 일대는 그야말로 ‘교통지옥(交通地獄)’으로 변할 것이 뻔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주도의 ‘개발 본능(本能)’은 좀처럼 멈출 줄을 모른다. 환경수용 능력이 최악인 상황 속 도민들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제주지역 최대 개발사업인 오라관광단지 조성과 시민복지타운 내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밀어붙이려는 것은 단적인 예다.

‘성당 여신도 살해 사건’ 이후 들불처럼 번지던 도민들의 분노와 무사증 폐지 여론 등은 채 일주일도 안 돼 점차 가라앉는 분위기다. 아무리 인간이 ‘망각(忘却)의 동물’이라지만 이럴 수는 없다.

과거도 아닌 현재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제주의 미래 또한 단연코 없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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