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공부를 아주 잘해서 ‘천재’라고 불리던 선배 언니가 있었다. 그 선배는 공부도 잘할 뿐 아니라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아 후배들은 그 언니를 여신처럼 여기며 따랐다. 그런데 그 언니가 서울의 유명 대학을 합격했는데도 입학을 포기하고 9급 공무원인 면사무소 서기로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그 소식은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화려한 서울의 대학생활을 포기하고 시골마을에서 면 서기를 하면서 매일아침 남의 집 앞마당을 쓸어주는 조기청소와 이집 저집 세금 받으러 다니는 그런 일을 자처하는 언니를 뒤에서 지켜보던 우리들 사이에서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세간의 따끈한 뉴스거리로 떠돌았다.

선배언니는 현재 제주도청의 간부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당당하게 자신이 위상을 뽐내고 있다. 어느날 사석에서 그 언니에게 “왜 학창시절 그렇게 좋은 서울의 유명대학도 마다하고 공무원을 자처했냐” 물어봤더니, ‘홀로계신 어머니를 혼자 놔두고 서울로 가는 것 보다는 고향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살며 뭔가 소박하게 자신의 한 몸을 지역사회를 위해서 불사르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40여 년간 선배는 도청에서 각종 주요정책 결정부서를 두루 근무하면서 제주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계신다. 그러면서 우리들에게 “아침에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희망차게 설계하고, 하루의 종식을 고하는 저녁에 그날의 삶을 반성하며 하루를 감사하라. 적어도 오늘하루를 후회 없이 열심히 보낸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사심없이 맑은 마음으로 내일 내게 주어질 일에 최선을 다하고 공직자로서 떳떳하게 도민의 충복으로써 원칙에 준해서 업무에 임하며, 내것이 아니면 함부로 탐하지 말라.” 라고 말씀하신다.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청렴과 소명의식을 당당히 실천하는 모습을 몸소 실천하는 자태가 너무나 멋있게 보인다. 40여 년 전 학창시절에 선배를 여신처럼 여기고 존경했던 마음이 세월의 기류를 타고 내 마음에 다시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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