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주특별자치도 신규 공무원 교육이 시작됐다. 시청과 읍면동에 흩어져 있던 올해 새내기 공무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랜 수험기간과 시험, 면접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고 온 교육생들의 얼굴에는 희망, 열정 그리고 약간의 불안이 담겨있었다.

‘교육은 지루할 것이다’라는 편견과 달리 실무와 밀착된 커리큘럼과 훌륭한 교수진 분들의 강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강의뿐만 아니라, 제주 도정의 미래 발전을 위한 정책 팀 발표를 통해 개인이 아닌 공직자 전체의 임무와 책임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속한 팀은 열심히 준비했으나 만족스럽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질의응답 시간에 심사위원분들의 혹평을 잊을 수 없었다. 현실가능성이 낮은 정책이며, 성과를 도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우리가 맡은 업무는 대학 과제도 시험도 아니고, 제주 도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며 정책이었다. 우리의 잘못된 정책으로 도민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을 먼저 경험한 듯 했고 우리의 책임감을 실감하며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교육 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많은 교육생이 외도 바닷가로 태풍 피해 복구 봉사활동을 간 것이다. 그날따라 유독 비바람이 세게 불었고 140명의 교육생은 모두 노란 우비를 입고 바다로 나갔다. 바닷가에는 각종 쓰레기와 부러진 나무들이 널브러져 있었는데 궂은 날씨에도 누구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해안에 가득했던 쓰레기를 치웠다. 공직자는 이런 비바람 같이 궂은 여건에서도 도민들을 위해 가장 앞에 나서야 하는 사람이란 것을 새삼 느꼈고, 마치 우리가 입은 노란 옷이 외롭고 어두운 밤바다의 등대처럼 밝게 느껴졌다.

이렇게 다양한 강의와 활동을 마치니 4주가 금방 지났다. 그 사이 날씨는 제법 쌀쌀해져 따뜻한 외투를 준비해야 했다. 마치 다가올 계절을 준비해 옷을 갈아입듯우리도 이번 신규 교육을 통해 공무원 새내기의 껍질을 벗고 제주도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마음가짐과 소양을 갖추기 위한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물론 실무적으로 직접 더 경험해야 하겠지만 공직자로서 나를 비롯한 신규 공무원들의 행보가 기대되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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