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친구들의 전화 하소연
부패 정치인·대통령 때문 부끄러움
평화적 촛불시위 찬사엔 자긍심

지구촌 통신들 촛불 지대한 관심
국민들 민주주의 역량 높게 평가
‘촛불’ 우리세대 책임이자 자존심

영국에 사는 한 친구는 요즘 주변 영국 친구들로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 관련 질문을 받고 응답하느라 바쁘다고 하소연을 해왔다. 평소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사람들도 한국의 대통령 관련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또 다른 친구 역시 한국의 대통령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이들은 어떻게 200만명이 모인 시위현장에서 부상자 하나도 없는 평화시위가 가능한 지도 의아해 한다는 것이다.

부패한 대통령과 정치인들 때문에 한 없이 부끄러웠다가 촛불시위로 보여준 한국인의 성숙한 시민정신을 앞 다투어 보도하며 감동한다는 사실에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이 회복됐다고 전했다. 촛불시위를 통해 보여준 한국인의 성숙한 모습에 울컥 눈물까지 난다고 한다.

6차 촛불집회까지 외신들의 관심은 뜨겁다. BBC통신은 “바닥에서의 순박한 정직성과 상층에서의 믿을 수 없는 (타락한) 윤리기준”이 공존한다고 보도했다. AFP는 “가족·대학생·승려 등이 참여한 평화시위는 1980년대 민주화시위 이후 최대 규모였다”고 강조했다. NYT는 특히 “시위는 평화로웠고 거의 축제 같았다”고 전했다.

200만 명이 넘는 규모에 놀라워하면서 “노래와 함께하는 유쾌한 분위기”(CNN)였고,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와 학생들도 참여했다”(로이터)며, 평화적인 집회였다는 점을 부각했다. AP통신은 “이런 국민 의식은 한국 역사를 보면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라며 “3·1운동, 4·19, 5·18 민주화 항쟁 등 민주주의 주권자로서 중요한 역사적인 시기마다 국민은 주권을 행사해왔다”며 대한민국의 민주화 정신을 높게 샀다.

미국의 소셜 뉴스 사이트인 레딧(Reddit)에 올라온 ‘촛불집회’ 소식에는 2000여개의 댓글이 달릴 만큼 관심이 뜨겁다. 유튜브에 소개된 ‘1분 소등’ 등 집회 영상에도 ‘경탄하는’ 외국 네티즌의 코멘트가 이어지고 있다.

위기는 곧 ‘위험과 기회’의 준말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지금의 위기를 국민들이 기회로 바꾸고 있다고 본다. 외신에서 속보로 전하는 230만 촛불로 가득한 평화로운 시위현장에서 보여준 한국인의 모습은 가장 강력한 국력이고 한국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밟히고 또 밟혀도 쓰러지지 않는 들풀처럼 한국인들은 일어선다. 작은 바람이면 금방 꺼질 것 같은 하나의 촛불이 모여 거대한 횃불로 한국인들은 희망을 밝히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유모차를 끌고, 아이를 무등 태우고, 가족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나온다. 어린 아이들 눈에 지금 이 순간들이 어떻게 비쳐지고 어떻게 기억될까? 아이들이 들고 있는 촛불이 유독 더 밝게 빛나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집회장 가득 울려 퍼지는 애국가는 국민들의 가슴에 눈물을 쏟게 하지만 국민들은 절대 울지 않는다. 슬프고 억울한 시간을 우리는 축제로 바꿔버렸다. 울분을 노래로, 함성으로, 몸짓으로, 가슴으로, 이 시대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부르짖고 있다.

과거에도 들풀 같은 국민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 일수록 일어섰다. 권력을 쥔 자들은 나라를 팔아먹고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도 대한민국 들풀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았다. 의병들이 일어나 나라를 구했고 국민들 스스로 떨쳐 일어나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하지 못한 독립운동을 전개하며 자주독립을 위해 힘을 모았다.

미래 세대에게 우리는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한민국이 가장 부패해 있던 2016년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선배로서, 국민으로서 희망의 작은 촛불을 횃불로 만들어 대한민국을 지켰노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자.

친구한테서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럽다”는 전화가 오기를 기다린다. 외신에서 ‘대한민국의 성숙한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부정부패를 청산시켰다’는 뉴스가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날을 기다려본다. 반만년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의 위대함은 촛불을 든 국민들로 인해 증명되는 날이 머지않았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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