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줄이기’는 제주시가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사업이다. 고경실 시장이 ‘쓰레기 시장(市長)’을 자처할 만큼 그 의지와 의욕 또한 대단하다.

그러나 곳곳에서 잡음이 들리며 본래의 취지마저 퇴색시키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클린하우스 지킴이’로 학생들, 특히 초등생까지 동원시키려는 것은 대표적인 예다.

보도에 의하면 초중생 자녀를 둔 A씨는 최근 주민센터로부터 ‘클린하우스 지킴이 봉사’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받았다. 대상은 초등학교 4~6학년과 중고생 및 학부모로, 학생 1명과 성인 1명이 조를 이뤄 클린하우스에서 요일별 분리배출을 감시하고 유도하겠다는 내용이다.

공문엔 그에 대한 보상으로 봉사활동 확인서와 휴대용 장바구니를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또 다른 동(洞)에서는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봉사자를 모집하면서, 특히 중고생의 경우 봉사시간을 오후 3시부터 새벽 4시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제정신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학부모 및 시민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행정은 ‘환경교육의 일환’이라고 강변(强辯)했다 한다.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기가 막힌 것은 제주시교육지원청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제주시와 쓰레기 감축을 위한 공동대응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봉사 계획도 그 일환이다.

환경교육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꼭 클린하우스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가. 이는 아이들을 ‘볼모’로 어른들을 ‘압박’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쓰레기 줄이기의 성공 여부는 보여주기식 쇼가 아니라,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시민들과 소통(疏通)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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