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5차 청문회는 사실상 ‘우병우 청문회’였다. 하지만 그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을 규명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우병우가 철갑으로 무장한 반면 의원들은 솜방망이만 휘둘렀기 때문이다.

우병우는 청문회 내내 ‘모르쇠’로 일관했다. ‘리틀 김기춘’으로 불릴 만큼 법률 미꾸라지의 면모를 지녔기에 이는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었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전혀 틈새를 파고들지 못했다. 국민들은 시원한 사이다를 원했으나, 마치 고구마를 먹다가 목에 걸린 듯 한 느낌만 받았다. 이번 역시 ‘맹탕 청문회’였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소득이 있었다면 일부 증인의 용기 있는 증언(證言)이었다.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은 우병우와 관련된 ‘폭탄 발언’을 했다. 현재 구속된 차은택의 법적 조력자가 김기동씨인데, 우병우 전 수석이 소개해줬다고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메가톤급 폭탄(爆彈)’임이 틀림없다. ‘우병우 라인’으로도 알려진 김기동 검사장은 현재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과거 대검 중수부장 격)이다. 검찰의 핵심 인물이 국정농단 당사자를 정말 도왔다면 본인은 물론 검찰엔 치명상(致命傷)이 될 것임이 뻔하다. 김 검사장이 즉각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해명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청문회에 출석 “나는 최순실을 모른다”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김기춘과 우병우를 보면서 국민들이 느낀 것은 극도의 배신감(背信感)이다.

이들이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의 제 역할만 충실하게 했더라도 대통령 탄핵 등 지금과 같은 국가적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과연 이들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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