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두듯 차근차근 조여와
압박 광범위해지고 강도 세져
우리나라 경제 타격 불가피

유커 줄어 제주관광에도 악재
질적 성장 정책추진 계기 삼아
‘느긋함’ 갖고 미래 대비해야

‘만만디(慢慢地)’. 중국인의 성향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천천히, 여유롭게’라는 뜻이다. 만만디는 매사 서둘지 않는 ‘느긋함’이라는 긍정적 의미와 ‘굼뜸’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우리는 중국인을 평가할 때 후자의 의미로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이를 중국 사람들의 민족성이라고 비하하는 측도 있다. ‘빨리 빨리’ 습성에 젖은 한국인들이 볼 때는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한 나라의 민족성을 놓고 우리 시각으로 “좋다 나쁘다” 일방적으로 재단할 것은 아니다. 민족성은 특정지역의 역사적·풍토적 배경 속에 구성원들의 오랜 삶의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만만디도 그렇게 형성된 중국인들의 생활습성이다. 만만디를 달리 표현하면 인내심과 끈기라고 할 수 있다. 나쁘게만 평가할 수 없다. 조급증이 판치는 우리 사회에서 만만디 정신은 오히려 배워야할 점이 많은 사고체계로 본다.

중국의 만만디 정신은 일상생활을 넘어 국제정치에까지도 적용된다.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한·중 간 갈등이 일고 있다. 여기에서도 중국 특유의 ‘만만디’ 전략이 보인다.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지난해 7월 이후 중국 정부는 바둑을 두듯 한 수씩 차근차근 우리를 조여오고 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20% 감축 구두 지시 유포-유커 한국에서 쇼핑 하루 1회로 제한-금한령(禁韓令:한류 연예인 방송출연 금지)-춘제연휴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등에 이어 최근엔 중국 전투기의 이어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까지. 압박이 갈수록 광범위해지고 강도 또한 세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로 우리나라의 경제적 타격은 상당하다. 제주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제주에 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해 제주 방문 중국인 관광객은 305만여 명으로 전년에 비해 36.7%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12월 증가율은 17.6%로 이보다 훨씬 낮다. 10월(-12.4%)과 11월(-26.7%)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사드 배치 결정에 따라 중국 정부가 유커의 한국 방문에 태클을 건 때문이다.

제주방문 유커 감소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사드 문제는 쉽사리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드는 ‘루비콘강’을 건넜다.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 번복은 없다고 공언한다. 한·중 간 외교 갈등은 더욱 첨예화·장기화할 전망이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을 중국시장에 의존하는 제주 관광산업에 대형 악재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으로 재미를 봤던 지역상권은 걱정이 태산이다. 면세점 및 명품쇼핑을 선호하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인한 낙수(落水)효과가 크지 않다고 해도 식당이나 토산품점 등 영세 업체들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당국이 섣부르게 대책 운운하는 것은 금물이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실(實) 없이 허둥대면 중국에 뒷덜미만 잡힐 우려가 있다.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지난 메르스 사태에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으나 제주관광 전체적으로는 별 영향이 없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항공권 수급에 숨통이 트여 내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은 오히려 덕을 봤다.

중국에 목매는 관광정책은 이제 버려야 한다. 더욱이 제주의 외국인 관광객 양적성장 정책은 한계에 봉착했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도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기대 이하이고, 쓰레기와 범죄 등 부(負)의 효과만 부각되고 있다. 제주도는 이에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드 사태를 정책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는 상황을 저가 패키지상품 근절 등 제주관광 체질 개선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마음이 급하면 뜨거운 두부를 먹을 수 없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준다고 안절부절 해서는 안 된다. 언젠가 돌아온다는 ‘느긋함’을 갖고,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과 개별관광객 여행 편의성 향상 등에 주력해야 한다. 중국의 옹졸함은 밉지만 그들의 만만디 정신은 배울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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