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저성장 기조 고착화
美보호무역·中사드보복 ‘설상가상’
제주 지역경제에도 영향 불가피

대처할 국정 리더십은 공백 상태
물가·가계부채·부동산가격 상승 문제
제주도정 역할 어느 때보다 필요

시절이 하 수상하다. 새해를 맞이하면 사람들은 으레 희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나라 안팎의 우울한 소식에 뒤숭숭하다. 안으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소용돌이가 계속되고 있다. 밖으로는 미국과 중국 등 대국(大國)들의 국익을 앞세운 공세적 대외정책이 전개되고 있다.

최근 취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 때 공언대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입각한 보호무역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 한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얘기도 나온다. 자신들의 보호무역주의는 강화하면서 우리에게는 시장개방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은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우리에 대한 중국의 갑질 횡포는 진행형이다. 사드보복이 그것이다. 대국의 체면이나 국제질서는 안중에 없고 우리를 힘으로 굴복시키려하고 있다. 압박 범위가 확대되면서 그 행태가 도(度)를 넘는 양상이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에 불이익 주기, 한류 연예인 방송출연을 금지한 금한령(禁韓令) 등에 이어 소프라노 조수미 중국 공연이 이유 없이 취소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중국의 각종 보복 조치는 제주 지역경제에도 큰 여파를 미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세기 운항 불허 등의 영향으로 당장 내달 중국 춘절 연휴기간 제주에 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 것으로 점쳐졌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이번 방문자가 작년보다 16% 정도 감소한 4만2880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중 정부 간 사드 갈등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의 제주 방문에 악영향을 줄 것을 뻔하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중국 정부의 저가관광 근절책과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조치 등에도 불구하고 크루즈 입항횟수가 765회로 늘어 올해 제주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1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크루즈관광객은 단시간 스쳐지나가는 여행객으로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그리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크루즈관광을 제외한 중국인 관광객은 감소할 공산이 크다. 중국인 관련 도내 관광업계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이런데도 이를 헤쳐 나갈 국정 리더십은 공백 상태다. 국정 기능이 언제 완전 정상화될 지 감감이다. 더욱이 식물대통령 상태가 지속되면서 그러지 않아도 어려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현재 한국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와 한·중 간 사드문제가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가 나빠지면 서민들부터 어려워진다. 제주는 다른 지역보다 경제성장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서민경제는 말이 아니다. 연초부터 밥상물가와 유가, 공공요금이 잇따라 올라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가계대출은 최근 전년대비 월평균 40% 이상 증가해 지난해 11월 기준 11조원에 육박했다.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취약계층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는 언제 터지질 모르는 제주경제의 ‘뇌관’이라는 걱정의 소리가 크다. 또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는 주택가격은 서민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올해 제주경제 성장률을 지난해(5.1%)보다 다소 낮은 4.5% 정도로 전망했다. 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예상치다. 그러나 제주본부는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와 부동산가격 급등 등을 경제성장에 악재로 꼽았다.

대비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으로 중앙정부의 제 기능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제주도가 더욱 분발해야 한다. 지방정부로서 한계는 있지만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어려운 경제여건을 고려해 그 폭은 최소화해야 한다. 땅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농지투기 방지대책 등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에 편중된 외국인 관광시장을 다변화하고, 내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올 한해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제주도정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해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