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조상들의 역사적 잘못 인정
되풀이 않으려는 노력들
이웃 일본 사과는커녕 왜곡까지

역사 과거를 알고 미래를 볼 수 있게
그만큼 ‘역사 바로 알기’ 중요
‘국정’으로 역사 뭉개는 과오 말자

일본이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초·중학교 교과서를 통해 가르치기로 했다는 신문 기사와 함께 또 다른 면에서는 ‘우리들은 국정교과서를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사진을 보게 된다.

국정역사교과서의 역사 왜곡이 밝혀져 폐기해야 마땅한 판국에 연구학교를 실시하려고 한 교육부의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 국정역사교과서 채택이 차단된 것을 야당과 좌파성향의 교육감, 전교조와 일부 학부모 등의 반발 때문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 떠오른다. 역사를 바로 알아야 우리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과거를 알고 현재를 자각한다면 미래에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배우게 될 역사교과서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좌편향을 바로잡는다고 명분으로 일거에 우편향으로 가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교과서 개정의 악순환만 되풀이할 뿐이다. 올바른 역사인식이 있거나 역사의 중요성을 조금만 생각한다면 오늘날의 국정역사교과서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유대인들은 공동체가 형성된 어디든 크고 작은 박물관을 만든다. 그들은 고난의 역사라 불리는 선조들의 운명적인 삶을 보면서 유대인으로서의 강한 연대감이 자란다고 한다. 과거의 승리를 기억하는 것도 좋지만 쓰라린 실패를 기억하고 되풀이하지 않으려 한다. 고난이 없는 성공은 자만에 빠뜨리지만 고난을 기억하는 자들에게는 지혜가 자란다는 것을 역사는 상기시켜준다.

역사는 민족의 정체성이고 국가의 정체성인 것이다. 그 만큼 역사 바로알기는 중요하다. 올바른 역사를 배움으로써 과거의 일들을 토대로 지금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역사를 모르면 왜곡된 과거를 바로 잡을 수 없다.

독일은 자신들의 잘못을 뼈저리게 느끼어 조상들의 잘못을 역사에서 배움으로써 그러한 역사를 되풀이 않으려 국민 스스로가 노력한다. 그러나 일본은 과거사를 사죄하지 않고 있다.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독도 문제까지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친일의 역사를 청산하고 왜곡된 과거를 바로 잡아야 부끄러운 역사는 되풀이 되지 않는다.

역사는 바르게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문제들을 바르게 파악, 대처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준다. 이것으로 미래까지 내다 볼 수도 있다. 역사의 참뜻은 어제의 사실을 그저 지난 일이나 흥미 있는 이야깃거리쯤으로 흘려보내지 않는다. 역사를 오늘의 교훈으로 삼고 내일을 설계하는 디딤돌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사실들을 촘촘히 엮고 다듬어서 우리 삶에 보석 같은 가르침이 되게 하는 것이 역사가의 몫인 만큼 역사가는 정확한 역사를 써내려가야 한다.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승정원일기는 조선왕조실록의 5배의 기록이 담겨있다. 왕이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지방에서 어떤 상소문이 올라왔는지, 임금이 하루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아주 세세한 기록을 남겼다. 때문에 승정원일기는 정치·경제·사회·문화·국방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연구자료가 된다. 이렇듯 꾸미지 않는 정확한 역사가 바로 미래 후손들에게 보석 같은 가르침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비판력을 길러주는 학문이다. 맹목적인 비판이 아니라 잘잘못을 따져 정당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올바른 비판이다. 역사 학습을 하다보면 보이는 사실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어떠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원인이나 의도, 목적을 추론하게 된다. 다양한 관점으로 역사를 보고 역사 속 사건의 참뜻을 찾아내며 비판력을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게 하는 것이 역사다.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고등학생들의 모습은 놀라웠다. 교복차림으로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은 채 촛불을 밝히며 국정농단사태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하던 모습은 대견스러웠다.

대한민국의 역사에 작은 일이라도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추운 겨울날 거리에 나왔다는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말자. 다시는 국정역사교과서 같은 걸로 역사의식을 뭉개버리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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