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56일간 변론절차 마무리
10일 탄핵 인용·기각 선고 유력시
서울 정치권 떠도는 하야설

청와대 아니라고 하나 합리적 의심
말·행동 너무 달랐던 기억 때문
마지막만이라도 국민 실망 않게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7일, 길어야 10일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날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을 열고 56일간의 변론절차를 마무리함에 따라 남은 것은 탄핵 인용이나 기각이냐 ‘결정’ 뿐이다.

헌재는 최종 변론 이튿날인 28일부터 재판관들의 이견을 조율하는 평의 절차를 시작했다. 평의과정에 2주가량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선고’는 오는 10일이 유력하다. 13일도 예상할 수 있으나 이날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퇴임일이서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심판의 날’, 탄핵이 인용 되면 대다수 국민들이 ‘촛불’로 외쳤던 국가 바로세우기의 성공이다. 반면 기각되면 ‘억울함’을 호소해온 박근혜 대통령 측의 승리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 서울로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하야설(下野設)’이 떠돌고 있다. 서울 여의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선고 전에 스스로 물러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파면을 피하고 연금(재임시절 보수의 95%)과 비서관·운전기사 등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는 챙기겠다는 속셈이다.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긋고 있으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말과 행동이 많이 달랐던 그의 모습들을 기억해 보면 의혹은 ‘합리적 의심’의 단계로까지 접어든다. 그래선 안되는데 하면서도 그러할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이후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수차례 “검찰은 물론 특검 수사도 받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지난해 10월27일 출범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물론 지난달 28일 공식 종료된 박영수 특별검사팀까지 4개월간 박 대통령은 단 1차례도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 핑계 저 핑계 궁색한 변명으로 스스로 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2014년4월 세월호 사태 때도 그랬다. ‘뒤늦게’ 나타난 것도 그렇지만 최후의 1명까지 구하겠다고 했으나 최초의 1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절대 안 받았다”던 미용·성형 시술도 세월호 발생 다음달부터 지난해까지 ‘비선진료’를 통해 8차례 받은 것으로 특검 수사결과 드러났다.

그래서 “하야는 절대 안된다”고 외친다. 끝까지 결과를 지켜보고 받아들여야 한다. 어차피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어서 큰 기대는 않지만 마지막만이라도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탄핵 인용이든 기각이든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습, 그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한다. 무엇이 아름다울지는 모르겠으나 ‘유종의 미’는 중요할 수 있다.

하야는 도망이다. 너무나 비겁하다. 타이틀 매치에 자신감을 보이며 15라운드까지 다 뛰어 놓고는 판정을 앞두고 기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관중들에 대한 모독이다. 결국 최종변론까지 다 진행되고 ‘선고’를 앞 둔 시점에서의 하야는 국민들과 대한민국 헌법체계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국가적·사회적 비용도 문제다. 헌법재판소의 17차례에 걸친 증인신문 등 변론, 탄핵 인용과 반대를 둘러싼 이른바 ‘촛불’과 ‘태극기’의 충돌 등 갈등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한 사람의 잘못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적지 않은 국가 역량이 소모되고 있다. 결론을 봐야 향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하야가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정서상으론 결코 아니다. 기권을 하려거든 ‘경기’를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하야를 해도 지난해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때 했어야 했다. ‘찬성 234표·반대 56표’라는 압도적 표 차이의 의미도 모르는 사람 같다.

그리고 기다려보면 좋은 결과도 있지 않을까 한다. 박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헌재에서 ‘양식이 있는’ 변호사들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정말 간절하게’ 막말과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말했다.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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