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마을회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등은 구럼비 발파 5주기를 맞은 7일 낮 12시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구럼비 바위를 기억하는 ‘구럼비의 하루’ 행사를 열었다.

2012년 3월 7일. ‘꽝’ 하는 굉음과 함께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안에서 뿌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의 상징인 구럼비가 발파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구럼비가 있던 자리에는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섰고, 한쪽에서는 크루즈 터미널 공사가 한창이다.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최근 미 해군의 최신 스텔스 구축함인 ‘줌월트’의 제주해군기지 배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강정마을회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등은 구럼비 발파 5주기를 맞은 7일 낮 12시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구럼비 바위를 기억하는 ‘구럼비의 하루’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5년 전 구럼비는 한낱 바위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며 “그날 우리는 구럼비를 지키지 못했다. 거대한 공권력 앞에 한 줌 밖에 되지 않던 우리들의 힘은 너무나도 작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최근 제주해군기지에 미 해군의 전략 자산인 최신 스텔스 구축함인 ‘줌월트’를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제주해군기지가 미 해군의 전략 기지 역할로 그 성격이 바뀌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앞으로 제주도는 미국이 주도한 세계 질서에 편승해 분쟁에 가담하고 가해자의 입장이 돼 갈 수도 있다”며 “제주해군기지는 건설이 끝났다고 해도 문제도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는 구럼비를 삶으로 기억한다. 구럼비가 오랜 세월 품고 있던 생명과 평화에 대한 흔적이 점점 지워지는 현실에 맞설 것”이라며 “원래 있던 자리에서 구럼비를 되찾아 다시 만나는 그 날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해군기지 부지가 된 구럼비는 길이 1.2km에 너비가 150m에 달하는 거대한 용암너럭바위다. 구럼비라는 이름은 예부터 이 지역에 ‘구럼비낭(나무)’ 이 많이 자라 붙여진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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