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중심’이라는 사고
근세 열강에 의해 무너진 자존심
개혁개방 후 경제성장으로 회복

국력 커지자 세계질서 개편 ‘꿈’
사드반대 그 일환 한국 속국 취급
보복조치 장기화 대책 마련해야

중국의 ‘사드 보복’이 점입가경이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한국 관광금지를 비롯한 경제 부문을 넘어 문화예술 등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조수미 등 한국 음악인들의 중국 공연이 무산된 데 이어 중국 오케스트라의 한국 공연에도 제동이 걸렸다. 중국당국의 조치가 도를 넘고 있다. 우리를 얕잡아 본다는 느낌도 있다. 사드를 자신들의 핵심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규정했다. 자기들 말을 듣지 않으면 혼내겠다는 식으로 우리를 찍어 누르고 있다. 이웃 나라의 자존심은 안중에도 없다. 한국을 속국(屬國) 취급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13년 3월 취임 후 첫 연설에서 ‘중국의 꿈(中國夢)’을 국정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그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을 시현하는 게 근대 이래 가장 위대한 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중국 특유의 ‘중화사상(中華思想)’이 엿보인다.

중화사상은 중국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중국이 원형(圓形)의 중심에 위치에 있다는 자존심 충만한 세계관이다. 착각이지만 중국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과거에 자신을 중화라 부르고 주변 이민족들은 오랑캐(동이·서융·남만·북적)라며 경시했다.

그런 중국이 근세(近世) 들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외세(外勢)에 의해 영토가 유린됐다. 청나라 말기인 1840년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배하면서 나락의 길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1894년 조선 땅에서 벌인 일본과의 전쟁에서도 졌다. 청일전쟁의 패배로 중화질서는 완전히 붕괴됐다. 중국이 제국주의 열강의 이권 획득과 세력권 분할 경쟁의 무대로 전락했다.

1978년 개혁개방으로 중국은 침체기에서 벗어났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지금은 미국과 함께 ‘G2’로까지 대접받고 있다. 상처받은 자존심도 어느 정도 회복됐다. 그러자 중국인들 잠재의식에 있던 ‘중화주의(主義)’가 부활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꿈’은 세계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힘이 세지면 우리나라는 괴로웠다. 중국에서 왕조(王朝)가 바뀔 때마다 침략을 당했다. 자신들 질서 내로의 편입을 요구한 것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들 요구를 거부하자 충실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한 경제적 무기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주변 나라와의 정치·외교 갈등 시 보복조치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한다. 보복 때는 민족주의까지 가세해 해당 국가를 질리게 만든다. 2012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을 때 중국 정부는 일본행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시켰다. 이어 국민들의 반일 시위에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펼쳐졌다.

사드 보복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당시 중국 여행사들은 1년 가까이 일본 관광상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광금지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2013년 131만명이던 방일 중국 관광객은 2016년 637만명까지 증가했다. 일본은 관광시장 다변화 등으로 차분히 대응했다. 제주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이번 사드 갈등은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드 배치를 미·중의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에 사드 배치가 현실화되면 중국의 보복은 다방면에 걸쳐 강도 또한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어도 해상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중국은 제주 남방 이어도를 포함해 남중국해에서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해양굴기(海洋堀起)’를 국가의 핵심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이어도를 자기들 관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도에 대한 중국의 욕심은 점차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 관공선이 이어도 해역에 심심치 않게 출몰한다. 지난 1월 9일에는 전략폭격기를 포함한 중국의 군용기 10여대가 이어도 인근에서 무력시위까지 벌였다. 이어도 영유권 분쟁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다.

이제 사드 배치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중국의 가능한 보복 시나리오를 면밀히 검토해 실력행사에 대응한 대책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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