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지고 있는 ‘제주=군사기지화’ 논란이 도의회에서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의원들은 미국 최신예 구축함인 ‘줌월트’의 제주해군기지 배치 및 공군의 남부탐색구조부대 제2공항 연계설과 관련, “평화의 섬 제주가 ‘동북아의 화약고(火藥庫)’가 될 수 있다”고 큰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은 애매모호한 편이다. 전성태 행정부지사는 도의회 답변을 통해 “제2공항 내 군사시설 문제는 단지 공군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이 공식석상에서 기존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부대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분명히 밝힌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성용 공군 기획관리참모부장은 한술 더 떠 내년에 선행(先行)연구가 시작되고, 병력 200~300명 등 다소 구체적인 부대 규모도 언급했다. 이게 모두 ‘희망사항’일 뿐이라면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줌월트’의 제주해군기지 배치 문제도 그렇다. 이 같은 내용은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이 하와이사령부를 방문한 한국의 국회 국방위원들과의 간담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국방부는 ‘개인 차원의 발언’이라고 호도했다. 미국의 최대 전략(戰略)자산인 줌월트 배치 같은 중차대한 문제를 개인의 일로 치부하는 게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지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하나만 갖고도 한·중 관계는 악화 일로에 있다. 이에 더해 줌월트가 배치되고 공군부대마저 설치되면, 제주도가 미·중 강대국이 세력을 겨루는 새로운 ‘각축장(角逐場)’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이는 제주도민의 생존(生存)과 직결된 문제다. 도가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국토부의 ‘공식입장’은 채 이틀도 안 돼 국방부(공군)에 의해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줌월트 배치 경우도 공식적으로 한국에 요청한 일이 없다고 해명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옛말에도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법은 없다”라고 했다.

따라서 제주도정은 작금의 상황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무엇이 진실인지 엄중(嚴重)한 자세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특히 도정의 책임자인 원희룡 지사는 뒷전에 숨지 말고 도민들과 함께 전면에 나서 ‘제주의 군사기지화’를 결사코 막아내길 바란다. 정부의 말만 믿고 어물쩍 거리다가 이게 현실화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은 물론 ‘천추의 한(恨)’을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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