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 줄면 내국인 늘어
대형 돌발변수에도 전체론 타격 적어
내수 관광객 증가 중·소 상권엔 기회

위기 때면 나온 시장다변화·체질개선
추진계획 시간 지나면 ‘흐지부지’
제주관광 이번엔 변화된 모습 보여야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유럽 속담이다. 요즘 제주관광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 조치에도 제주관광은 순항 중이다. 중국인이 빠져나간 제주의 빈자리를 내국인이 메우고 있다.

중국의 관광분야 ‘사드 보복’ 영향이 본격화한 이달 1~26일 제주에 온 외국인 관광객은 하루 평균 367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645명보다 52% 줄었다. 제주방문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 비중은 85%(2016년 기준) 정도다. 이번 감소분의 대부분은 중국인 관광객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내국인 관광객은 전년동기 대비 10.6%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분을 상당 부분 상쇄하면서 전체 관광객 수는 2.5% 감소에 그쳤다.

중국인 관광객 차단으로 인한 타격이 걱정한 것만큼 크지 않다. 국내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음식점과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관련 업소들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의 현상 재연을 기대하는 눈치다. 당시 제주도 중국 관광객이 83% 감소했으나 항공편 여유로 내국인이 35.4% 늘면서 전체 관광객 숫자도 증가했었다. 제주사회 일부에선 중국 관광객이 준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거리가 조용해지고 깨끗해졌다며 좋아하고 있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제 발등을 찍는 양상도 빚어지고 있다. 뉴화청국제여행사는 제주 최대의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로 중국인 저가패키지 관광을 싹쓸이 해 왔다. 이 업체는 최근 유커 급감으로 휴업을 고려할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하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중국인 관광예약의 약 70% 이상을 뉴화청 계열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수입이 중국으로의 유출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점 등을 들어 중국 관광객 경제효과를 낮게 평가하는 측도 있다. 대기업 면세점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중국 관광객이 지역상권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제주관광 기반은 대부분 내국인 관광객에게 맞춰져 있다. 내국인 관광객이 많아야 지역 곳곳의 중·소 상권까지 골고루 혜택을 볼 수 있다. 내국인 관광객 씀씀이가 중국인보다 적지만 지역상권 입장에서는 오히려 ‘알짜’일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취해 내국인 관광객의 경제파급 효과가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내국인 관광객의 가치가 재발견됐다. 내국인 관광객 유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한국여행 금지령은 분명 제주관광에 큰 악재다. 중국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피해를 보는 도민들도 많다. 정책당국은 ‘짚신장수와 우산장수 어머니’의 심정이 돼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주 고객으로 하는 업종과 업체도 생각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또 다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특정 국가의 의존하는 관광정책의 위험성을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중국 의존도를 대폭 줄여한다.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관련한 대책으로 국내시장 극대화 및 개별관광객 확대, 시장다변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위기를 관광수용 체질개선을 통한 관광유인 경쟁력 강화 및 관광시장 구조조정으로 고질적 저가관광 퇴출의 기회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궁극적으로는 제주관광시장이 외부요인으로 인해 흔들리는 것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관광업계도 이에 호응하고 나섰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지난 24일 중국의 ‘한국여행 금지조치’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관광사업체들은 이날 과당경쟁 등 그릇된 관행의 혁신으로 제주관광의 체질 개선에 노력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제주도와 관광업계의 이런 전략과 결의가 빛을 발할 지는 미지수다. 메르스 사태 때도 제주관광 시장 다변화 등 얘기가 나왔으나 시간이 지나자 흐지부지 됐다. 제주관광의 문제는 누구나 안다. 답도 나와 있다. 실천이 문제다. 전화위복은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각고의 노력의 필요하다. 이번에는 제주관광이 진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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