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발한 지하철 객차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 객차 안에서 3일(현지시간) 테러로 인한 폭발이 일어나 최소 10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전했다.

당국은 이날 폭발이 테러로 추정된다고 밝혔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테러를 포함한 여러 가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대(對)테러위원회는 "오후 2시40분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센나야 플로샤디'역과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티투트'역 사이 구간을 운행하던 지하철 객차 안에서 폭발물이 터졌다"고 전했다.

베로니카 스크보르초바 보건부 장관은 "폭발로 10명이 숨지고 47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스크보르초바는 "7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1명은 응급차로 후송 과정에서 숨졌으며 또 다른 2명은 병원에 도착한 뒤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정부는 부상자가 43명이라고 전했다. 다친 사람 중에는 중상자도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날 폭발을 테러로 규정하면서 다른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도 테러 가능성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폭발이 일어난 지하철 역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5개 지하철 노선 가운데 '청색 노선'에 속하는 역으로 시내 중심에 가까운 곳에 있다.

폭발은 열차가 '센나야 플로샤디'역에서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티투트'역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세 번째 객차에서 사제 폭발장치가 터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폭발 장치가 '센나야 폴르샤디' 역을 출발하기 전에 객차 안에 남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통신은 폭발물이 든 배낭을 객차 안에 두고 내린 남성의 모습이 지하철 CCTV 카메라에 포착됐다고 전했으나 당국은 아직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목격자는 "객차 안에 많은 사람이 자리에 앉아 있던 중에 갑자기 폭발이 일어났고 순식간에 내부가 연기로 가득 찼다"며 "폭발 후에도 열차가 계속 운행했고 그 다음 역에서 멈춰서 사람들이 정신없이 대피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소식통은 "객차 안에서 한차례 폭발이 있었다"며 "사망자들은 폭발 지점에서 가까운 곳에 있던 승객들"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지하철은 객차들이 서로 이동을 할 수 없도록 단절돼 있어 다른 객차들은 폭발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폭발물의 위력은 TNT 200~300g 수준이었으며 폭발장치 안에는 살상용 철제 파편들이 포함돼 있었다고 당국은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폭발 위력은 그렇게 크지 않았으나 철제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면서 사상자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폭발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한 가운데 일어났다.

푸틴 대통령은 루카셴코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폭발 사고에 대해 언급하며 "연방보안국(FSB)을 비롯한 보안기관들로부터 사고에 대해 보고 받았다"며 "아직 원인에 관해 얘기하기는 이르며 테러와 일상적 폭발을 포함한 모든 가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에는 구조수색팀 80여 명이 출동해 구조·대피 작업을 벌였으며, 시내 모든 지하철 역사는 폐쇄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도 경계 태세가 강화됐다.

이날 폭발 사고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의 다른 노선에 속한 '플로샤디 바스스타니야'역에서도 사제 폭탄이 발견돼 전문가들에 의해 해체됐다고 대테러위원회가 전했다.

이번 지하철 폭발 사고는 지난 2010년 모스크바 지하철 테러에 이어 7년 만에 발생한 것이다.

지난 2010년 3월 29일 오전 출근 시간에 모스크바 시내 지하철역 2곳에서 시차를 두고 연쇄 폭발이 일어나 41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부상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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