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수석 세 번째 검찰 출석
예전과 달라진 ‘의기소침’
검찰 이번엔 달라진 성과 기대

구치소 ‘국정농단 완전체’ 가능성
‘청와대 개’들도 색출해야
권력의 날파리 해결책은 박멸 뿐

 

선인(先人)들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역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었다. 6일 검찰에 출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얘기다. 수사기관에 출석하며 기자를 쏘아보던 예전 ‘레이저 눈빛’의 그가 아니었다.

재차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우 전 수석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질문 받는 내내 정면을 응시하거나 바닥을 내려다봤을 뿐 기자 쪽은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목소리도 너무 작아 카메라 플래시 소리에 묻힐 정도였다.

그가 이렇게 변했다. 지난해 11월6일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고검장)과 올 2월18일 박영수 특검에 이어 세 번째 소환된 것에 대한 ‘회한’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방패가 사라져버린 것에 따른 의기소침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숱한 비리 의혹에도 우 수석을 ‘끔찍하게’ 챙겨주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처지가 ‘끔찍한’ 상황으로 변해버렸다. 청와대에서 있던 그가 이제는 ‘구치소’에 있다.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 된 것도 모자라 10여 가지의 혐의 속에 실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그래서 이번 소환에 따른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관전 포인트는 검찰의 태도다. 지난해 11월 1차 소환 당시 검찰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수사 착수 111일 만에 소환을 하고서도 조사에 앞서 윤갑근 특별수사팀장과 차를 마시는 자리가 마련됐다. 수사 과정에선 ‘피의자’인 우 전 수석은 팔짱 끼고 앉아서 웃고 있고 검사들은 서 있는 사진들이 공개되면서 ‘황제 소환’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라질 것 같다. 우선 정치공학적 상황이 180도 변했다. 우 전 수석을 챙겨주던 사람이 이제는 자기도 챙기기 힘든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무엇보다 ‘권력의 시녀’ 검찰의 변신 보다 믿는 건 ‘석양’에 야박한 세상인심이다. 이제 우 전 수석은 끈이 떨어진 ‘피의자’ 신분이다. 2009년 당시 대검 중수부 우병우 수사1과장이 신문하며 했던 “노무현씨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그저 뇌물수수 혐의자로서…”라는 말처럼 어제 검사들도 “우병우씨 당신은 더 이상 전 민정수석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그저 피의자로서 이 자리에 앉아 있다”며 신문을 시작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수사팀도 바뀌었다. 이번 조사는 우 전 수석과 특별한 근무 인연이 없는 이근수 부장검사 등이 맡고 있다. 앞서 ‘황제소환’ 논란을 야기했던 윤갑근 팀장은 우 전 수석과 연수원 동기여서 공정성 논란이 있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결과도 신통치 않았다.

우 전 수석은 주요 혐의만도 11개에 달한다고 한다. 검찰은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방침으로 전해진다. 박영수 특검팀의 기록을 넘겨받은 이후 전담팀까지 꾸려 50명의 참고인을 조사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잘못된 권력에 대한 단죄만이 남았다. 우 전 수석이 구속된다면 ‘실세’인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청와대가 아닌 구치소에서 ‘국정농단 완전체’를 이루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우 전 수석과 함께 ‘지록위마(指鹿爲馬)’를 합창한 패거리들을 색출, 엄벌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우 전 수석 재임 중에 ‘없는 죄도 만들어 낼 수 있다’던 우병우 별동대 특별감찰반이다.

이들은 청와대에서 ‘찍은’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고 감사담당관의 책상과 컴퓨터 등을 무단으로 수색하고 불러선 “(우리) 모두 (검찰) 특수부 출신으로 당신이 부인해도 다른 것으로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매우 강압적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어느 공무원은 “청와대가 시키는 대로 달려가 무는 개”라고 일갈했다.

뿐만 아니라 ‘우병우 사단’ 논란을 빚었던 윤갑근 팀장 등 제1기 특수팀의 업무 적정성도 ‘수사’해야 한다고 본다. 1기의 수사가 미흡했음은 특검과 2기 특수팀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최소한 직무유기로라도 일벌백계해야 한다. 권력의 날파리·똥파리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건강성을 해칠 뿐이다. 속전박멸(速戰撲滅) 만이 해결책이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