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사드·북한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기업체 ‘경제 영향’ 우려

경기하강 국면까지 겹쳐
소비·투자 등 침체 가능성
지역경제 활성대책 시급

 

 

요즘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말이 실감나게 와 닿는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진입으로 ‘4월 위기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 전쟁이 날지 모른다는 불길한 소문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점증하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가 1977년 출간한 책 제목이다. 그는 책에서 현대를 ‘사회를 주도하는 지도원리가 사라진 불확실한 시대’라고 규정했다. 최근에는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말로 표현하기 부족해 ‘초(超)불확실성의 시대’라는 용어가 생겼다. 그만큼 세상이 불안하고 변덕스러운 사회로 가고 있다.

불확실성은 경제에 독(毒)으로 작용한다. 제주상공회의소가 올해 2분기 기업경기전망조사에서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대내 불확실성 요인을 물었다. 기업인들은 ‘정치 불확실성’(35.6%),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23.4%), ‘금리변동 가능성’(14.4%), ‘가계부채 문제’(9%) 등의 순으로 답했다. 대외 불확실성 요인으로는 ‘중국 한한령 및 경기둔화’(32.8%), ‘원유 등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18.8%), ‘미국 트럼프 리스크’(18.8%), ‘환율변동 불확실성’(14.1%), ‘북한 리스크’(9.9%) 등의 순으로 꼽았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도처에 깔려 지역경제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 더욱이 올 들어 지역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든 듯한 모습이다. 그동안 제주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주요 축은 관광과 건설이다. 관광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한국관광 금지령으로 이전과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관광 금지령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제주관광에 큰 악재다.

건설도 삐걱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 회원사가 올 들어 2월까지 신규 도급한 공사액(994억9200만원)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2%나 감소했다. 건축 부문 수주가 81% 급감한 탓이다. 미분양 주택이 늘고 있어 건축경기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기준 ‘제주 미분양 주택’은 446세대로 지난해 말보다 64.5%(175세대) 증가했다.

최근 지역경기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부동산 부문도 걱정거리다. 가계부채와 금리인상 가능성, 주택공급 과잉 등 악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뇌관에 불이 붙으면 부동산이 잔뜩 부추겨 놓은 경기는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도내 금융기관 가계대출 잔액은 2014년 말 6조2000억원에서 지난 1월 말 11조6000억원으로 2년여 새 87% 늘었다. 금리가 1% 포인트 상승 시 도내 차주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연간 10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최근 미국 금리인상, 부동산가격 조정, 사드사태로 인한 관광수입 축소 등 대내외 리스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가계부채에 대한 당국의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경제는 심리다. 커진 불확실성이 소비·투자 등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 하강기에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까지 겹치면 지역경제 위축이 가속화할 수 있다. 올해 제주 경기는 전년만 못할 것으로 이미 점쳐졌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올해 제주경제 성장률을 지난해(5.1%)보다 다소 낮은 4.5% 정도로 전망했다. 제주본부는 성장률 예상치 발표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와 부동산가격 급등 등을 경제성장에 악재로 꼽았다.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대형 돌발변수가 더해지면서 성장률이 어떻게 나타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월 9일 치러지는 대선 후보들이 제주관련 정책을 잇따라 발표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 경제를 위한 뾰족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정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당국은 현재의 경기 상황을 위기로 보는 절박한 인식이 필요하다.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마련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도민들 삶의 질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경제가 잘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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