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의원 12명 집단 탈당
자유한국당 복당 ‘제동’
4개월전 손가락질하며 나온 정당

‘고뇌에 찬 결심’ 발언에 ‘박쥐’ 일침
명분과 실리 모두 잃은 ‘오리알’
낙동강서 부화 못하고 ‘퇴화’ 돼야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년)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쉽게 말해서 ‘낙동강 오리알’이 되지 말고 남들과 잘 어울려서 살라는 말씀이다.

아리스토텔레스 ‘할아버지’께서 2300여년 전에 그토록 당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5월 대한민국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대거 발생했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선량(選良)이라 불리는 국회의원 12명이다.

권성동·김재경·김성태·김학용·박순자·박성중·여상규·이진복·이군현·장제원·홍문표·홍일표·황영철 의원 등 13명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단일화를 통한 정권 창출을 위해 바른정당을 떠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집단 탈당했다. 이어 “정치·경제·안보가 위급하고 중차대한 때 보수의 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망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늘어놨다.

이들의 주장과 이유가 말이 되든 말든, 그것은 차치하고 이들이 ‘오판’한 게 있었다. 다름 아닌 자유한국당의 ‘역습’이다. 탈당 선언을 번복한 황영철 의원을 제외한 12명 탈당파가 자유한국당 입당원서를 제출했지만 ‘노’였다. ‘입당 허용 여부는 대선 후 통보’라는 시큰둥한 반응 뿐이다.

연휴 등 시·도당 입당 심사와 중앙당 의결 절차 등 시간이 빠듯하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곧이들리진 않는다. 당내 ‘주류’인 친박(친 박근혜) 의원들의 반발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마디로 “떠날 때는 맘대로 였을 지라도 돌아올 때는 아니”였다. 친박의 정치 성향에 동의 여부를 떠나 맞는 말이다.

탈당파 ‘무소속 12명’은 모양이 빠져도 이렇게 빠질 수는 없다.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대 지지율의 홍준표 대선후보를 내세워 ‘원군’이 절실한 자유한국당인 만큼 쌍수 들고 환영해줄 것으로 기대 했는지 모르지만 결코 아니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지난 1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당시 새누리당이 ‘당연한’ 지탄을 받을 때 국민들과 함께 손가락질 하며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든 사람들이다. 더욱이 도로 ‘새누리당’의 결단을 내린 권성동·김성태·장제원 의원 등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친박도 자존심이 있음을 그들은 몰랐다. 친박의 자존심을 응원한다. 불과 4달 만에 자신들의 정치철학과 지조를 져버린 이들에겐 어떠한 형태로든 ‘응징’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들의 이런 행태의 기저에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보단 되는 곳에만 붙는 박쥐성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 아닌 게 아니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이다’ 발언을 쏟아냈다. 2일 탈당 기자회견 후 만난 김성태 바른정당 의원이 “고뇌에 찬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어”라고 말하자 안 의원이 미소 지으며 “워낙에 박쥐가 힘든 거예요”라고 받아친 것이다.

이들은 일제시대 독립운동한 선혈들을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변절해 일본 편에 붙으면 따뜻한 밥과 권력이 주어졌다. “비록 일제이긴 하지만 ‘제도의 틀’ 내에서 독립을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우길 지도 모르겠다.

지역구 유권자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행태들을 용인하고 있으니 반복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유권자와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이들을 엄중히 평가해야 한다. 소속 정당을 바꾸는 것은 ‘지조’의 문제를 떠나 그 자체가 유권자에 대한 배신이다. 투표를 할 때 선택의 이유가 ‘인물’일 수도 있지만 ‘정당’도 있다.

유권자들이 선택한 정당에 남는 게 가장 기초적인 ‘공약’ 이행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인해 ‘새로운 정치’를 명분으로 떠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거기서 뼈를 묻을 각오여야 한다. 불과 4개월 만에 다시, 그것도 자신들이 손가락질하며 떠났던 정당으로 바꾸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희롱이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 사필귀정이다. 12개 오리알이 낙동강에서 다시는 ‘부화’하지 못하고 그냥 ‘퇴화’돼 버렸으면 한다. 국민들의 뜻이 그러하다. 집단탈당 이후 바른정당 신규 입당자가 급증하고 후원금이 밀려들고 있다는 보도가 바로 그 증거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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