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군 신뢰도 정치인 만년 꼴찌
공약불이행·부패·불통 그 근저에
국민에게 불신 받고 욕먹는 현실

“나라를 나라답게”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날 탈권위 파격 행보 화제
임기 내내 같은 모습 유지하기를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유명 정치인이 유치원을 방문했다. 유치원생들은 박수치며 환호했다. 그 정치인은 뿌듯한 마음에 유치원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내가 누군지 알아요?” “네~! 국회의원이요, TV서 봤어요.“ 유치원생들도 자신을 알아봐주자 기분 좋아진 그가 다시 물었다. “그럼 내 이름이 뭔지도 알아요?” 그러자 아이들이 큰소리로 대답했다. “저 새끼요.”

인터넷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아이들은 어른들 말을 따라 한다. 정치인이 국민들로부터 불신 받고 욕을 먹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정치는 국민생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국민들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인에게 기대를 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언제부터인가 자신들이 뽑은 정치인들을 불신하고 있다. 올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국내 7대 직업군별 신뢰도 설문조사 결과 정치인이 ‘최하위’였다. 이 기관의 조사에서 정치인 신뢰도는 2006년 이후 두 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꼴찌를 기록했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의 근저에는 약속 불이행, 부패, 불통 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정략적 이익에만 집착한 정쟁(政爭)은 국민을 정치 허무주의에 빠지게 하고 있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커진 데는 국민에게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 정치인에 대한 감시와 정치 참여가 미흡했다. 그 결과 정치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정치인을 국민의 봉사자로 세우기 위해서는 선거공약 등의 실현 여부를 챙기고 이행을 강제하는 풍토를 국민들 스스로 가꾸어야 한다. 또한 정치가 국민들 생활의 한복판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새로운 정치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과 정치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했다.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취임선서식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사분오열(四分五裂)됐다. 문 대통령은 이를 치유하고 국민화합과 통합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또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의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다”고도 했다.

그는 민생 돌보기도 강조했다.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듯이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했다. 실제로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는 ‘일자리 만들기’였다.

취임선서식에서 밝힌 내용은 공언(空言)이 아니었다. 첫날 행보는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취임선서 행사장에서 종전 엄격했던 대통령 경호가 상대적으로 유연해 ‘비표’를 받지 않은 취재진이나 국회 직원들도 이날 가까이에서 문 대통령을 볼 수 있었다. 국회 앞마당에 출입하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했던 박 전 대통령의 취임식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고 한다.

소통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취임선서에 앞서 야 4당 지도부를 직접 찾아가 만나 국정운영에 협조를 당부했다. 전임 대통령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시간 만에 ‘박근혜 4년 분’ 이상의 소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선서 후에는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낙연 총리 내정자 등 새 정부 첫 인사를 직접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첫날 행보만으로도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다. 그러나 아직 박수치기엔 이르다. 정치는 구체적인 결과로 평가받는다. 분권과 협치, 그리고 문재인식 탈권위 정치가 지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새 정부가 이전 정권처럼 지지 세력만 껴안고 나라경영을 도모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질타와 배척을 당할 것이다.

경제도 중요하다. 아무리 신명나는 정치판이 펼쳐져도 경제가 어려우면 생계의 위험을 안고 있는 소외계층들은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다. 경제성장을 통한 빈부격차 해소와 복지서비스 증대가 필요하다.

이제 임기 동안 비판보다는 칭찬을 많이 받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첫날 보여준 소통과 일하는 모습을 5년 내내 잃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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