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제창된 ‘임을 위한 행진곡’
보수 정권 외면 ‘9년만의 해금’
5·18유족·광주시민 감격의 눈물들

제주에선 ‘잠들지 않는 남도’ 문제
‘4·3 추모곡’서 식전 합창 신세
70주년 내년 문재인 정부에 기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마침내 ‘임을 위한 행진곡’이 5월 18일 광주의 하늘 아래 모두의 목소리로 울려퍼졌다. 그리곤 감동과 눈물이 되어 우리네 가슴에 내려와 앉았다.

어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치러진 제37주년 5·18기념식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공식 식순’에 포함됐다. 지난 9년간 보수정권에 의한 노골적 외면 속에 5·18기념식장에선 ‘합창’으로만 들어야만 했던 행진곡을 함께 부르는 참가자들은 감회에 젖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자리에서 일어나 왼쪽의 정세균 국회의장과 오른쪽의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인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의 손을 꼭 잡고 흔들며 제창했다. 일부 유족들과 참석자들은 감정이 북받치는 지 제대로 따라 부르지 못하고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9년만의 해금(解禁),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이날 참석자들은 물론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아주 감격적이었다. 유족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밝혔다.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의 원작 시(묏비나리) 작가인 백기완 선생은 광화문광장 5·18기념행사에서 백발이 성성한 모습에도 불구, 행진곡을 ‘목 놓아’ 불렀다.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은 국민적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누구보다도 5·18 유가족과 피해자인 ‘광주시민’들의 감회가 달랐다. 9년 만에 울려 퍼진 행진곡에 시민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들에겐 단순한 노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기념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오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이고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라고 했다.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한(恨)이고 설움이었다. 그리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정치세력과, 국민들의 숭고한 희생을 외면하는 대한민국에 대한 질타였다.

그래도 다행히 2017년 5월 18일을 기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의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종식을 고할 수 있어 위안을 삼는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앞선 정부의 ‘비정상’ 가운데 하나가 정상으로 되돌려진 것이다.

내년 제주4·3 70주년 추념식도 기대를 갖게 한다. 그곳에도 ‘비정상’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4·3을 상징하는 대표적 노래인 ‘잠들지 않는 남도’가 추념식 공식행사에서 퇴출된 상태다. 4·3추념식 공식 추모곡이던 ‘잠들지 않는 남도’는 2015년부터 ‘식전행사 합창’ 신세로 전락했다. 4·3유족회 등은 분통을 터트리고 도민들도 불만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중앙정부 ‘압력’에 제주도가 호응을 했든 양보를 했던 ‘굴복’의 결과다.

제삿집에선 상주들 마음이 가는 데로다. 올리고 싶은 음식을 올리고 2번하는 절도 10번할 수도 있다. 남들 보기에 이상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애절하고 절절한 심정의 표현일 수 있다. 옆집에서 이래라 저래라 해선 안된다. 할 권한도 없다.

광주 5·18이나 제주 4·3이나 ‘상주’들은 유족들이다. 그런데 국가와 행정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조차 부르지 못하게 해왔다. 말이 되지 않는 일이 광주에선 9년 동안 벌어졌고 제주에선 3년째 ‘진행형’이다. 제주에서도 비정상이 정상으로 되돌려져야 한다.

제주도정엔 희망이 없으니 문재인 정부를 믿을 수밖에 없다. 1년이 다르게 연로해가는 유족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지극히 당연한 진상규명을 통한 명예회복과 해원이면 족하다.

그리고 어제 5·18기념식장에서 희망을 봤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행동에 5·18의 한들이 풀리는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역사를 직시하는 용단과 진정성 담긴 마음의 위로면 됐다. 내년 제주에서도 ‘4·3’ 70주년을 맞아 모든 해원이 ‘쉽게’ 이뤄져 모두가 과거를 털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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