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율 47%…1997년보다 14%p 높아
11평 아파트가 7억원…18년치 연봉 꼬박 모아야 살 수 있어

▲ 홍콩 빌딩숲 전경[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콩의 부동산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20년 전 홍콩 경제를 뒤흔들었던 부동산 버블붕괴가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부동산 가격이 사상 최고로 치솟고 개발업자들이 연일 사상최고가를 갈아치우며 땅을 사들이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규모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훌쩍 넘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모기지 비율은 47%로 1997년 3월 33%보다 14% 포인트 높았다.

1인당 모기지 규모는 15만8천 홍콩달러(약 2300만원)로 20년 전 6만9000홍콩달러에 비해 129% 증가했다.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휩쓸린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었다. 이는 시드니부터 스톡홀름까지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원인이 됐다.

홍콩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이 가운데서도 단연 두드러진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조정 아파트 가격은 2003년부터 2015년 사이에 약 4배 가까이 치솟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이후에도 아파트 가격은 15% 올랐다.

하지만 홍콩의 임금은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직장인 수입 중간값으로 꼬박 18년을 모아야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드니에서 집을 사려면 12년, 런던에서는 8년 6개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권역에서는 6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 때문에 홍콩 젊은이들은 내 집 마련을 할 때 상당 부분을 부모의 재정과 모기지업체에 기대고 있다.

홍콩에 거주하는 테리 웡(32)은 결혼식을 올린 뒤 지난 3월 주룽반도에 36㎡(약 11평)짜리 아파트를 500만 홍콩달러(약 7억2000만원)를 주고 샀다.

하지만 비싼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집값의 20%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로 했고 나머지는 은행과 홍콩 모기지에서 빌리기로 했다.

웡은 "살 곳이 필요하다"며 "부모님 돈으로 미래에 재정 유연성을 좀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과도한 가계부채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시장 과열을 감지하고 지난 12일 부동산 개발업자에 대한 은행 대출 규정을 강화했다.

홍콩 부동산분야 베테랑 애널리스트인 피터 철처스는 "(부동산 시장이) 한번 하락하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부동산 시장을 거의 주식시장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으며 그 같이 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주택 가치가 수년에 걸친 하락장에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고 JP모건도 집값이 경제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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