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파격행보·탕평인사’
전임 정부와 극명히 대비되며
국민적 공감·지지 불러 일으켜

人事 등 첫 포석 일단 ‘합격점’
총리 인사청문회 시험대 올라
惡手 때문 전체 판 그르칠 수도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 취임 열흘을 갓 넘긴 문재인 정부의 초반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 그 저변엔 문대통령의 파격적인 ‘소통(疏通) 행보’와 폭 넓은 ‘탕평(蕩平) 인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자체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도에 ±3.1%포인트)에 의하면 응답자, 즉 국민 87%가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직무수행을 잘할 것”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41.1%의 득표율로 당선된 것을 감안하면, 그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던 45%가 넘는 국민들도 새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破格)은 먼저 소통으로 발현됐다. 대통령 당선 후 10일의 첫 출근은 ‘셀카’와의 전쟁이었다. 홍은동 자택을 나서자마자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대통령은 스스럼없이 다가가 함께 셀카를 찍었다.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도 대통령의 파격 행보는 계속됐다. 춘추관에서 문 대통령은 이낙연 국무총리 내정자의 내정을 직접 발표했다. 대통령이 국무총리 내정자의 인선 발표를 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다음날에도 파격 행보는 이어졌다. 청와대 수석들과 오찬을 같이 했음은 물론 커피를 들고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기도 했다. 참모들뿐만 아니라 청와대 기능직과도 오찬을 가졌다. 처음엔 ‘거짓말’이라며 믿지 못하던 이들도 끝내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파격 소통엔 남녀노소 등 예외가 없었다. 초등학교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학생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고 악수를 하면서 사인을 해줬다. 이날만큼은 어린이들의 우상인 ‘뽀통령’보다 ‘문통령’이 더 인기였다고 한다.

‘유쾌한 정숙씨’가 닉네임이 된 김정숙 여사의 파격 행보도 눈에 띈다. 대통령이 취임하던 날 김 여사는 한복 대신 양장을 차려입었다. 이전과 비교하면 분명한 파격이었다. 청와대로 옮긴 후 첫 출근 날에는 대통령을 배웅하면서 마치 신혼부부와 같은 달달한 애정 표현으로 뭇사람의 미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 내외의 이 같은 낯선 풍경에 국민들은 “세상이 바뀌었다”고 환호하며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는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상식적이지 못한 세상에서 살아왔음을 반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파격은 ‘광폭(廣幅) 탕평인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낙점한 임종석 비서실장이나 이낙연 총리 내정자는 엄밀히 말해 친문(親文)이 아니라 박원순·손학규 계로 분류된다. 민정수석에 조국 서울대 교수를 발탁하고, 인사수석에 조현옥 전 여성가족정책실장을 여성 최초로 앉힌 것도 파격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탕평·능력·성평등’ 인사기조는 21일의 발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혹자는 이날 인사와 관련 ‘안(安)의 머리, MB의 경제, 반(潘)의 손발’이 동시에 문재인 정부에 중용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 경제부총리에 낙점된 김동연 아주대 총장, 외교부 장관에 발탁된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지칭한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하성 교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경제스승’이다. 최근까지 안 전 후보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소장을 지냈다. ‘고졸 흙수저’ 신화(神話)인 김동연 총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MB맨’으로 분류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내정자 역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부임 이후 유엔에서 급성장한 인물이다.

문 대통령의 인사가 현재 극찬을 받는 것 또한 전임 정부와 무관치 않다.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 및 박근혜 정부의 ‘수첩 인사’와 지극히 대비되는 탓에 얻은 반사이익이 반영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가 문제다. 첫 포석(布石)은 일단 ‘파격’을 내세워 참신하고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포석 하나로 바둑의 승패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향후 반상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예상되고, 자칫 악수(惡手) 때문에 전체 판을 그르칠 수도 있다.

이달 24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필두로 시작되는 인사청문회는 문재인 정부의 앞길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순풍(順風)에 돛을 매달고 순조롭게 출발한 문재인 선장의 ‘대한민국호(號)’가 모든 난관을 뚫고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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