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권 정부인사서 ‘푸대접’
고위직 임용 차관 달랑 1명 그쳐
文정부 ‘탕평인사’ 기대감 높아

도세 약한 제주 ‘전국 1%’ 한계
자체 역량으로 극복할 문제지만
정권 차원의 정책적 배려도 필요

 

 

어느 조직이든 리더의 힘은 인사권에서 비롯된다. 국정최고 책임자인 우리나라 대통령의 인사권한은 광범위하고 막강하다. 장·차관 등 정부 고위 관료, 청와대 비서진 등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7000여개 된다고 한다. 간접적인 영향력까지 감안하면 2만개가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 등 인사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인선 내용에 대해선 “파격적이고 신선하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통합·대탕평 인사’를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어느 정권보다 인선 발표에 국민들 관심이 높다. 각 시·도에서는 지역출신 인사의 중용을 내심 바라고 있다.

우리 국민은 대통령 인사를 지역에 대한 관심도의 반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요직에 자신들 지역 출신 인사의 기용이 적으면 ‘홀대론’ ‘소외론’을 펴며 불만을 나타낸다. 문재인 정부 초기 인사에서는 호남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 호남출신 인사들이 요직에 두루 기용됐다. 이에 따라 지난 보수정권에서 제기됐던 ‘호남 홀대론’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인사 소외’하면 제주도 할 말이 많다. 제주는 그동안 중앙정부 인사에서 ‘푸대접’을 넘어 ‘무대접’을 받다시피 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차관직 이상 고위직에 오른 인사는 달랑 1명(박기풍 국토교통부 제1차관)에 그쳤다. 변방의 설움을 톡톡히 느꼈다. ‘탕평인사’ 원칙을 내세운 새 정부에서는 그 설움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이번에 제주출신으로는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통일외교안보특보로 임명됐다. 또 송재호 제주대학교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정치행정분과 위원으로 선임됐다.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비상임이고, 국정기획자문위는 한시 기구다. 제주도민 입장에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좀 더 많은 제주출신 인사들이 요직에 발탁되기를 바란다.

정부 인사에 배려를 요구하는 것은 지역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중앙 정부 요로에 지역출신 인사가 포진해 있으면 예산 확보와 정책사업 추진이 수월하다. 인사소외는 예산홀대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경험칙상 그렇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22일 주간정책회의에서 “제주 현안에 대한 정부와의 실질적인 협의에 실·국장들이 전면에 나서 달라”며 새 정부 정책 협의에 대한 전방위적 노력을 당부했다.

그는 “최소한 주 1회는 관계기관 인사들과 직접 접촉하고, 국회의원과 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제주 출신 인사, 명예도민 등 전방위로 협력과 논의가 가능한 분들을 파악해 본격적으로 진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중앙 인맥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정 수행에 있어 인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역공약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완성과 제주4·3의 완전한 해결 등을 제시했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 확보 및 제주환경자산의 세계적 브랜드화 등 6개 분야 23개 과제를 대선공약으로 반영해 줄 것을 각 정당에 요청했었다. 이 같은 공약과 정책 사업들을 도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제주와 소통할 정부 인맥이 중요하다. 새 정부 인사에서 제주출신 인사가 많이 등용되면 바랄 나위가 없다.

물론 인맥만으로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없다. 인맥을 찾기에 앞서 지역 스스로 발전 전략을 세워서 무엇이 필요한지 대통령과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새 정부 국정철학과 정책기조를 제대로 파악해 그에 맞는 지역개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명분과 논리를 갖춘 지역발전 사업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

흔히들 제주를 ‘전국의 1%’라고 한다. 인구와 경제규모 등 도세(道勢)가 약하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변방 콤플렉스도 있다. ‘전국 1%’의 한계는 제주의 자체 역량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탕평인사’ 명단에 제주출신 인물들이 많이 오르기를 거듭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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