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급성장 호시절 끝나
주력산업 관광·건설 침체 뚜렷
AI까지 겹쳐 ‘엎친데 덮친격’

사드보복·청탁금지법 등 영향
경제성장률 1.8%P 하락 전망
실효성 있는 경기진작책 필요

 

주식 격언에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다. 활황장이 대단할수록 침체기 조정의 폭이 크다는 의미다. 경제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호황이 길면 길수록 불황의 골도 깊어진다.

제주 경제 호시절이 끝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인구 증가와 관광산업 호황, 부동산 활황세에 힘입어 급성장하던 지역경제가 올해 들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제주지역 경제 침체는 관광과 건설 등 여러 부문에서 확인되고 있다. 악재도 연이어 터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제주관광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최근엔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양적 성장을 거듭하던 제주 관광객이 9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 들어 5월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605만776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8%(4만8345명) 감소했다. 제주 관광객이 감소한 것은 2008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사드 보복’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1~5월까지 제주에 온 중국인 관광객은 51만4088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52.3%(56만4657명) 줄었다. 같은 기간 내국인 관광객이 10.4%(50만3851명) 증가했으나 중국인 관광객 반자리를 채우기는 역부족이다.

도내 건설경기 침체도 완연하다.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 회원사가 올 들어 4월까지 신규 도급한 공사 실적은 2481억700만원(2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나 감소했다. 민간 건축을 중심으로 공사 발주가 급감한 탓이다. 지난 1~4월 민간 건축공사 도급액은 1101억원(48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75% 감소했다. 주택 인·허가 실적도 저조해 향후 건설경기도 낙관할 수 없다. 지난 1~4월 도내 주택 인허가는 5285호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1% 줄었다.

더욱이 미분양주택이 날로 불어나면서 건설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914세대. 한 달 새 24.4%(179세대)가 증가했다. 공식적인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물량까지 포함하면 미분양 주택 규모는 수천세대에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 미분양 폭증은 건설업계의 자금경색으로 이어져 지역경제 침체의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실물경제만이 아니다. 매월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를 ‘제주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3월 현재 도내 금융기관 가계대출 잔액은 12조292억원으로 1년 전보다 37.8% 증가했다. 이는 전국 평균 증가율(11.1%)에 견줘 3.4배 높은 수준이다. 도내 가계대출 증가율은 최근 30~40%대에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오를 경우 차주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져 지역경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까지 발생해 지역경제는 말 그대로 ‘엎친데 덮친격’이다. AI는 관광객 감소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삼계탕·치킨집 등 외식업이 매출 급감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가금류 농가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사태로 제주도가 살처분한 가금류는 7일 현재 15만 마리에 육박한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중국의 사드 보복과 청탁금지법 시행 등이 지속될 경우 올해 제주지역 경제성장률이 1.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제주 경제성장률이 4.5%로 전망된 것을 감안하면 최대 2.7%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 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경기 진작책이 시급하다. 경기는 순환한다. 상승기가 있으면 하강기가 있다. 제주 경제는 지금 하강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 때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경제 불황의 골의 깊지 않도록 행·재정적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제주도는 보다 실효성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관광시장 다변화, 1차산업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소비 촉진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경기가 내리막일 때 일 잘하는 도정(道政)이 진짜 유능한 도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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