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행정체제개편 논의가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형 개헌’과 맞물려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17개 시·도지사와의 간담회에서 ‘지방분권’에 초점을 맞춘 개헌추진 의지를 밝혔다. 제왕적 대통령이란 폐단을 낳을 정도로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쏠린 힘을 분산해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강력한 지방분권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선 6기 들어 제주도의회에서 조례를 개정하며 시작된 행정체제개편은 수면 하로 가라앉을 공산이 커졌다. 이날 이뤄진 제주지역 국회의원(강창일·오영훈·위성곤)과 원희룡 지사 간 정책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국회의원들은 “정부 차원의 개헌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획기적인 지방분권 모델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섣불리 결정하지 말고 정부와 국회의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관련 논의를 중단해 줄 것을 공식 제안했다.

원희룡 지사도 “국회에서 논의하고 입법이 된다면 제주특별자치도의 수준 등이 완전히 새롭게 기획되어야 한다”면서 “국정기획자문위가 관련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행정체제 개편은 그동안의 논의 전체가 새롭게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제주도의 공식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지난해 말부터 행정시장 직선제, 기초자치단체 부활, 현행 유지 3가지 대안을 놓고 도민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해왔다. 행개위는 6월말까지 최적의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인데 ‘행정시장 직선제’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가 고심하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행개위가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제시한 대안을 전면 무시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의 논의 중단 요구 또한 외면할 수도 없다. 정부 차원의 ‘지방분권형 개헌’과 맞물려 있는데다, 행정체제를 개편하려 해도 제주특별법 개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해법이 복잡한 행정체제개편과는 달리 선거구 획정 문제는 자칫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을 수도 있어 기존 계획대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가 내년 6월로 다가온 가운데 앞서 거론된 양대 현안은 늦어도 연내엔 해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제주도와 도의회, 행개위 및 선거구 획정위 등 다자간 회의가 시급히 필요하며 그 속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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