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곶자왈·천연동굴 등 제주의 자연
가치 상응하는 이름과 보전 및 공존

1970년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제주 자연의 상징이자 도민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한라산을 도민은 물론 관광객 등 모든 사람과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한라산은 국가 차원의 ‘국립(國立)’공원으로 인정됐고, 지금도 그렇다.

한라산은 이제 제주를 넘어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명품’ 산이자 한국의 자존심으로까지 자리 잡고 있다. 굳이 ‘유네스코 3관왕’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한라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자연이 주는 벅찬 감동을 받고, 그 가치를 마음으로 공유하고 있다.

여기서 제주 환경자산에 대해서 한 가지 물음을 던지고자 한다. 그때, 1970년에 한라산과 함께 제주의 오름과 곶자왈·천연동굴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으면 어땠을까?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었을까?

아마 “무슨 소리냐?”는 물음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사실 제주인의 삶 속에서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도 곶자왈은 거친 야생이었다. 때로는 나무와 숯을 제공해 주는 등 서민들의 삶의 터였다. 오름 또한 화산섬 제주의 특성을 간직한 중산간의 지질학적 장소가 아니라 우마를 방목하던 곳이었다. 또한 천연동굴은 4·3의 아픔을 간직한 곳 정도로 인식되던 때다.

47년이 지난 지금 다시 물으면 어떨까? 오름·곶자왈 등 한라산 외에 다른 제주의 환경자산에 대해 달라진 도민들의 시각은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많은 도민들의 대답을 예측해 본다. “오름과 곶자왈·하천·천연동굴 등 제주의 독특한 환경자산을 천년이 지나도 우리 후손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실제 제주국립공원을 오름·곶자왈 등 다른 환경자산까지 포함하는 영역으로 확대해 나가자는 도민설문조사에서 절대 다수인 87%가 찬성을 했다.

이러한 제주국립공원 확대에 새 정부도 매우 긍정적이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공약 사항으로 “동북아의 환경수도로 제주를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제주의 국립공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제주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인의 환경보물섬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그리고 더욱 체계적으로 제주를 보전해 나가야 할 시대적 책무에 직면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확실한 법적 근거 하에 종합적인 보전관리 및 지원, 지혜로운 이용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또한, 자연자원을 이용함에 있어서도 대규모 개발, 무분별한 훼손과 그 이익의 도외 유출 증가에 대한 도민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제주국립공원 확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도 효과적이다.

지역이 함께 생태관광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국가계획에 국립공원계획이란 이름으로 반영할 수 있다. 결국 제주의 자연환경을 지역주민이 책임지고 활용하면서 현재의 도민은 물론 미래의 도민 모두에게 진정한 이익이 되게 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제주 국립공원 확대를 목표로 도민과 소통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사유지를 중심으로 한 사유재산권의 제한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 분들은 “큰 틀에서 반대를 하지 않지만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당연한 권리이자 주장이고 충분히 이해한다. 47년이란 긴 시간의 흐름 안에 기다리면서 제주의 환경 가치를 도민 마음속에,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 나갔듯이, 제주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과 차분히 함께 소통하면서 공감을 만들어 나가겠다. 바로, 지금이 제주의 자연환경에게 그 가치에 상응하는 이름을 불러주고 영원히 보전하면서 함께 공존해 나가야 할 중요한 때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이 생각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제주도 또한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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