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1일 도청 기자실을 찾아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방문 결과를 설명했다. 요지는 ‘제주4·3 해결 및 특별자치도 완성’ 등 2개 지역현안을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제주4·3과 특별자치도 문제가 100대 국정과제에 반영된다는 것은 대통령의 단순 공약을 넘어 대한민국 정부의 핵심 추진 업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로선 아주 반가운 일이며 환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더불어민주당제주도당이 원 지사를 향해 ‘숟가락 얹기식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논평을 내며 정치 공방으로 비화되는 형국이다. 민주당제주도당은 “지난 15일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와 관련 이른바 ‘청와대와의 합의’ 발표를 시작으로 제주현안 국정과제 포함 여부 등 연달아 이어진 원희룡 도정의 발표는 ‘언론 플레이’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강정 구상권 철회의 경우 확인 결과 공식적인 차원에서 논의된 것이 아닐뿐더러, 설령 합의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과연 공개적으로 그 절차를 공표하고 추진할 성격의 사안은 아니”라고 밝혔다. 4·3 문제와 관련해서는 원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인 12년 동안 단 한 차례도 4·3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과거를 들춰내며 ‘진정성’ 문제까지 제기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강정 구상권 문제와 제주4·3에 대한 우선적인 해결의지, 제주특별자치도를 ‘분권개헌의 전범(典範)’으로 삼을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면서 대통령의 공약을 자신의 ‘치적 쌓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논평에 원 지사의 소속 정당인 바른정당 제주도당도 발끈했다. “정상적인 도정 활동을 치적행보로 폄하하고, 1년이나 남은 지방선거와 엮으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 제주지역 현안을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원활한 추진을 도모코자 하는 도지사의 의지에 박수를 쳐주지는 못할망정 도(度)를 넘는 경박한 논평으로 도민의 높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원희룡 지사의 발언에 다소의 ‘부풀리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집권여당인 민주당제주도당이 논평까지 내면서 원 지사 ‘흠집내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또한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도민들 사이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 ‘기(氣)싸움’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힐난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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