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를 포함한 모든 소방공무원에게는 직업병이 있다. 지하층 혹은 밀폐된 공간에 방문할 때는 꼭 뒤를 돌아보며 들어왔던 동선을 확인하며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 떠올리고 지인들에게도 알려준다. 그러면 자리를 함께한 지인들은 “ 누가 소방관 아니랄까봐”며 핀잔을 준다.화재를 예방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나에게는 참으로 기분 좋은 핀잔이다.

한번 상상해보자. 친구들과 기분 좋게 저녁식사를 하고 지하에 위치한 노래주점을 가게 되었다. 술과 음악에 취하여 정신없는 와중에 화재가 발생하고 연기로 모든 시야가 차단당한다면 당신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은 푸른빛의 비상구가 유일하다.

화재 등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누구나 당황하기 쉽고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려워 패닉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지라도 안전을 위한 작은 습관 하나가 나와 우리가족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바로 비상구를 확인하고 자신의 들어왔던 동선을 확인하는 습관이다.

제주에서도 2013년 이도동 지하1층 단란주점에서 3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화재가 발생했다. 또, 2012년 부산 서면 노래연습장 화재 역시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렇게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화재발생 시 비상구를 인식하여 신속한 대피로 이어지지 못한 인재(人災)로 심히 안타까운 사고로 기억된다.

이에, 우리는 다중이용업소를 이용할 때 먼저 자리에 앉기 전 반드시 비상구의 위치를 확인하고 비상구를 열어보아 유사 시 대피공간까지 확인하는 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

비상구를 지키기 위해 법적제재뿐만 아니라 교육 및 캠페인 등 여러 제도가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건축물에서는 비상구와 피난통로 관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중이용업소를 운영하는 영업주는 비상구는 나와 손님의 안전을 지키는 생명의 문으로 인식해 대피에 지장을 주는 적치물을 제거하는 등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모든 일은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은 관심이 모여 나와 이웃의 재산이, 소중한 생명이 화재로부터 지켜질 것이다.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비상구, 그 생명의 푸른빛을 관심 있게 바라보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

<제주소방서 삼도119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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