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브랜드업체 시장 독식
재건축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
도내 1·2호 역대 최고가 경신

투기수요까지 몰려 집값 ‘껑충’
서민들 주택 장만 더욱 어렵게
이익환수 등 건전화 대책 시급

재건축사업은 기본적으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것이다. 지은 지 오래돼 노후화한 공동주택을 헐어 최신 건축 트렌드를 반영한 쾌적한 주거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기존 부지를 활용해 고층화·고밀도로 개발하면서 해당 입주민들은 경제적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제주지역 공동주택의 역사가 40년을 넘으면서 재건축 시장이 움트고 있다. 현행법상 재건축이 가능한 공동주택은 준공된 지 20년 이상 경과한 20세대 이상 주택이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으면 조건부 재건축 대상이 되고, 최하위 E등급을 받으면 곧바로 재건축이 시행된다. 아직은 초기단계이지만 공동주택 노후화 진행으로 도내 재건축 시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도내 재건축 1호인 도남주공아파트와 2호 노형국민연립은 공사 착수로 사업을 본격화했다. 1호와 2호 재건축 모두 한진중공업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또 이도주공2·3단지는 재건축이 결정됐고, 이도주공 1단지는 사업 추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밖에 재건축사업 시행 준비 중인 공동주택도 여러 곳 있다.

그런데 도내 재건축 아파트가 고분양가 논란 속에 투기 대상이 되고 있어 문제다. 한진중공업은 노형국민연립 재건축 아파트인 노형동 ‘해모로 루엔’의 분양가를 3.3㎡당 1781만 원으로 책정했다. 제주지역 역대 최고치다. 해모로 루엔의 84㎡형 아파트 분양가는 6억500만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웬만한 서울 강북보다 높다. 종전 최고가는 도내 첫 번째 재건축 아파트인 도남동 ‘해모로 리치힐’로 3.3㎡당 1460만 원이었다. 한진중공업이 연속으로 도내 분양가 최고 기록을 경신한 셈이다. 수치상으로 8개월 새 분양가를 21% 이상 높였다.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 업체가 도내 재건축 시장을 독식하며 고분양가를 통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분양가에 거품도 상당해 보인다. 노형동 국민연립주택의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 당시 한진중공업은 도급공사비로 3.3㎡당 476만 원을 제시했다. 같이 입찰에 참여했던 도내 모 업체는 이보다 103만원 낮은 373만 원을 내걸었다. 단순 비교이기는 하지만 한진중공업의 공사비를 낮출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분양가도 지금보다 적게 책정됐을 것이다.

도내에 미분양 주택이 쌓이는 데도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오른 분양가는 기준점이 돼 주변 집값까지 끌어올린다. 재건축 아파트가 그 중심에 있다. 집값 상승과 투기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입주민들은 사업성과 자신들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대기업 브랜드 업체를 시공사로 선택했다. 그것은 결국 재건축 아파트에 투기적 수요를 불러왔고, 분양가격과 거래가격을 끌어올렸다. 도남동 ‘해모로 리치힐’의 청약경쟁률은 ‘130대 1’ 이었다. 일반분양 239세대 중 46.9%가 6개월 만에 전매됐다. 청약 당첨으로 분양권을 받아 전매한 투자자는 단시일에 수 천만 원을 벌었다. 이 같은 현상은 ‘해모로 루엔’ 분양 때도 재연될 전망이다.

노후 공동주택 입주민들이 재건축을 원하는 것에는 주거환경 개선 욕구에 더해 최근 아파트 가격 급등에 따른 기대심리까지 작용했다. 재건축 조합원 입장에서는 일반분양가가 높기를 바란다. 분양가가 높으면 시행사가 재건축으로 거둘 수 있는 이익이 커지고, 그만큼 조합원들의 부담금은 줄 수 있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재건축을 과도한 이윤 추구의 기회로만 봐서는 안 된다. 높은 분양가는 지역의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문제를 낳게 된다.

더구나 재건축으로 공급한 주택이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나 기획부동산 같은 투기세력에게 돌아가 집값 거품을 키운다면 서민들의 주택 장만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게 분명하다. 재건축은 시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지 그들의 재산 가치를 올려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집값을 올려 거주자의 불로소득을 늘리고 나아가 서민들의 박탈감을 키우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다. 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사업 건전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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