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환경의 조건 ‘다양성’
지난 주말 생물종다양성 탐사 진행
어린이 참가자 높은 관심
인류 새로운 인공지능 도전 직면
‘응전’ 자연의 행복에서 실마리
행복 느낄 줄 알아야 남도 행복하게
제주도의 생물종다양성(生物種多樣性)이 월등히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가지 수는 4900종에 달하는데 그 가운데 2000종 이상이 제주도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 전체의 2%에 면적에서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는 곳이 제주도다. 그런데 제주도에서도 유독 곶자왈 지역에 다양한 식물이 모여 있음은 특기할만한 사실이다. 제주도 전체에서 면적으로는 6%에 불과한 곶자왈에 도내 식물의 38%에 해당하는 약 750종이 모여 있다.
지난 주말 1박2일 과정으로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하고 곶자왈공유화재단이 주관하여 ‘2017 곶자왈 생물다양성탐사’가 진행됐다. 전문가와 함께 생물을 찾고 조사하는 특별한 체험을 하는 행사였다는 평가다.
유네스코 등 세계 환경관련 기관들이 다양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다양성이야말로 건강한 환경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부모 손을 잡고 온 초등학교 학생들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주최 측의 한 사람으로서의 바람은 이들이 자연 세계에서 보는 모습대로 세상에 나가서도 다양한 자기의 모습대로 행복을 추구하는 힘을 학습하였으면 하는데 있었다.
자연에서와 같이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도 크고 강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작고 연약한 사람들도 나름대로 행복해야 한다는 점, 행복추구권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은연중에 체득하게 하고 싶었다.
요즘 우리주변의 세상은 풍요한 듯 하지만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다. 부의 양극화에 그치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장래 일자리를 빼앗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
기계가 인간에게 크나큰 도전을 하고 있다. 영국의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모든 문명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면서 흥망성쇠(興亡成衰)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새로운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한 창조적 소수가 일단 새로운 문명의 주인이 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은 주로 개인용으로 만들어 진다. 이제까지의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목적의 로봇과 달리 퍼스널 AI는 그것을 가지고 있는 개인의 행복에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 진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행복을 입력해야만 행복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만드는 사람은 그 자신부터가 행복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기계의 도전에 대한 인간의 응전은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행복을 배우는 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사람은 자연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에서 행복을 배우고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볕에서 명랑함을 배우고 차가운 겨울의 황량함에서 악조건을 이기는 강인함을 배운다. 그러나 이렇게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기회는 우리 주변의 자연 환경이 훼손되면서 점차 희소해지고 있다.
곶자왈은 화산 활동 중에 생성된 암괴들이 큰 덩어리로 부서져 굳은 사이로 지하의 공기가 유통되는 독특한 지질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이끼류·버섯류를 비롯하여 여러 기후조건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번성해 있고, 이들이 제공하는 보금자리에서는 온갖 곤충과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비자림과 교래자연휴양림 2곳에서 교차 진행된 이번 탐사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들은 매우 높았다.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을 하도록 안내한 부모님들의 결정은 당사자들을 위해서나 우리 사회의 장래를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어린이를 포함한 참가자들은 나무 179종·버섯류 29종·지의류 37종·곤충류 80종·조류 16종 등 도합 341종의 생물들을 전문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19세기 말 자동차가 발명됐을 때 사람들은 마부들의 일자리를 걱정했지만 실제로는 자동차를 둘러싼 전후방 연관산업의 일자리가 수백배 늘어났다. 알파고 인공지능을 개발한 ‘딥마인드’라는 회사는 현재 약 400명의 젊은이를 고용하고 있다.
키가 크건 작건, 몸이 뚱뚱하건 날씬하건 생긴 대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아이들이 남을 행복하게 만드는 인격을 형성한다. 이들이야말로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도전의 시대에 진정한 주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