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위원장 제주 도입 ‘공식’ 제안
필요성 절감하기 때문 분석
관광지 매력에 결정적 콘텐츠 추가
경제적 효과·외화유출 방지 등 기대
부작용은 제도 통해 최소화
‘호박’ 차버린 뒤 후회하는 일 없어야
“제주도에 내국인 카지노를 도입해야 한다.” 다른 곳도 아닌 청정 제주에, 다른 것도 아닌 도박장인 카지노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그것도 문재인 정부의 ‘실세’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그것도 제주도 현지에서의 ‘공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제주도를 방문, 도내 5급 이상 공무원 대상 초청 강연회에서 내국인 카지노의 제주 도입 당위성을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세계 어느 관광지에도 내국인 출입금지 카지노는 없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작심한 듯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야간 볼거리·즐길거리가 부족한 관광지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과 제안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지역 사회의 금기어에 가까운 ‘도박’과 직결된다는 내국인 카지노 문제를 거침없이 꺼낸 것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직접 뜨거운 감자를 직접 집어들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5년의 국정계획을 설계한 주인공이다. 그런 그가 지역의 반대를 알면서도 현지에서 제안을 할 정도면 제주도 내국인 카지노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쇠는 뜨거울 때 두드려야 한다”는 서양 속담처럼 기회는 잡아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강원도 폐광지역 이외의 내국인카지노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김진표 위원장이 제주에서 제안할 정도면 정부의 기조가 바뀌고 있다는 명백한 힌트일 수 있다.
내국인카지노의 매력은 김 위원장의 ‘그림처럼’ 야간 볼거리·즐길거리가 부족한 제주관광에 결정적 콘텐츠의 추가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직접·간접적 효과들이 예상된다.
우선 연간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강원랜드의 수준만 돼도 세금 등 지방재정 수입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관광객 유인효과도 내국인카지노의 긍정적 요소다. “내국인카지노도 있으니 다시 제주도로 가자”는 얘기가 가능해질 것이다. 카지노 목적의 내도객들은 극소수의 ‘전문꾼’을 제외하곤 체류기간 내내 카지노만 하는 게 아니라 관광도 즐길 것이다.
내국인카지노는 외화 유출 방지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화투를 않겠다며 스스로 손목을 자른 사람이 조금 지나고 보니 팔뚝과 가슴 사이에 화투를 끼워놓고 노름을 하고 있었다는 말처럼 끊기 힘들다는 게 도박이다. 그래서 외국으로 불법 원정도박을 떠났다가 수십억원·수백억원 잃고 처벌을 받는 기업가 등이 심심찮게 적발된다. 아무래도 국내에 ‘멍석’을 깔아주면 해외 원정 도박이 줄 것이다.
그리고 ‘일반인’들에게도 필요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유독 내기를 좋아한다. 그것이 아무리 선의라고 해도 일종의 도박이다. 제로섬 게임이다. 이기는 사람이 이익을 보는 만큼 지는 사람이 손해를 본다. 그래도 우리는 재미로 ‘다양한’ 내기들을 한다.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태어나고 그렇게 살고들 있다. 그렇다면 잠재된 ‘내기의 본성’이 제도적 틀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게 좋다. 음성적으로 이뤄질수록 폐해가 크다. 들키면 전과자여서 음습하다. 우리도 카지노를 도박이 아니라 ‘건전한 내기’로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부작용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세상만사 빛과 그림자처럼 모든 일이 좋을 수만은 없다. 내국인카지노도 다르지 않다. 제주에 도입에 따른 가장 큰 우려는 도민들의 무분별한 출입에 따른 ‘가산탕진’ 등 사회적 문제다.
하지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 그렇다고 약을 쓰지 않진 않는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약을 쓴다. 실보다는 득이 많기 때문이다.
내국인카지노가 들어오면 도민들이 도박꾼이 될 것이라 예단을 버리자. 도민들을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는 미완의 인격체로 보는 처사일 수 있다. 우리 모두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제도적 장치도 만들자. 강원랜드 등 국내외 사례를 벤치마킹, 발생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예방책을 강화하면 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글 이유가 없다. 특히 우주센터 설립 제안을 거부했다 뒤늦게 후회했던 것처럼 ‘넝쿨째 굴러온 호박을 차 버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